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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인도영화가 개봉되는데 내 안의 F는 커져가고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개봉 전의 걱정과 우려

by raSpberRy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 오는 4월 23일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개봉될 예정입니다.


어디선가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개봉되는데 우리나라에는 영화 《킬》이 2024년 극장에서 내려간지 근200여일 만에 개봉되는 인도영화입니다.

2년꼴로 인도영화가 개봉되는 대한민국의 실정을 생각하면 그나마 나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만


30년 만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인도영화는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까이에 뒤 시네마같은 전문 비평지와 세계 비평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고 골든글러브 2개 부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큰 자랑이 될만한 인도영화가 개봉되는데 왜 이렇게 수심이 가득한가 생각해보니 대한민국의 관객들에게 고질적으로 남아있는 그놈의’ 인도영화에 대한 편견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이런 흐름을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① 인도영화? 그런 걸 왜 봐

예전에 영화사(혹은 영화 관계자)나 일반 시네필(이 단어 중요)과 인도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인도영화가 한국에서 안되는 이유 100가지는 끌고 옵니다. 이런 삶에 익숙하다보니 저도 반대로 어떤 분이 인도영화 수입에 대해 논의 할 때 국내 시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스무 고개를 만드는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어떤 분의 어느 영화인지는 무덤까지 가져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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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히 국적을 막론하고 선택하는 용기가 안타깝게도 현대의 한국 극장가엔 보기 어렵습니다. 그게 극장 관람료가 많이 비싸져서일 수도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의 안정감에 기대기 때문은 아닌가 저만 생각해 봐~요



② 지금까지 알던 인도영화와는 다르네

①번 케이스는 그냥 노룩 패스라 그러려니 하는데 개인적으로 심사가 뒤틀리는 수준이 ① < ②입니다. 참 심사도 이상한 게 ‘무플’보다 ‘악플’이어야하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기존의 자신의 ‘개념’에 있던 인도영화는 요란하고 춤 노래 나오고 유치한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수준높은 영화가 있다니 끼얌짝 놀란 겁니다.

(전 영화 전문가들이 저런 소리하면 ‘쟁반 노래방’처럼 머리에 쟁반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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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까지 알던 인도영화’는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최근 5년만 살펴보죠 (사실 그 이전으로 가더라도…) 2020년 이후 극장에 걸린 인도영화들… 잘리카투, 라스트 필름 쇼, 킬, 그리고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까지 역시나 ‘영화제’ 딱지가 붙어 있어야 하는 영화들이 수입 - 개봉되었습니다. 자꾸 사람들이 이런 영화제용 영화를 보면 ‘우리가 아는 인도영화와는 다르네’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에 유입된 영화들은 쭉 그런 영화들이었는데 뭔 소리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그들이’ 아는 인도영화는 넷플릭스 영어자막으로만 일부 존재하고 ‘발리우드 액션’ 같은 클립 이런 건데 바쁜 현대사회에 다른 것을 유입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스피커라는 사람들로부터 '학습'만 되다보니 자꾸 이런 편견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들 이정도의 분석은 할 수 있지만 인도영화 마니아로서 저는 여기서 한 대목을 더 써야 하는데 그럼 ‘그들이 아는 인도영화는 나쁜가?’ 입니다.


허공을 날아서 적을 무찌른다? 《어벤져스》는 어떻게 보셨나요? 춤 노래 나오는 거 적응 안 돼요 이 시국에 《위키드》같은 건 어떻게 200만을 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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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어떤 것인지는 압니다. 할리우드 영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유입해되어 와서 어떤 것을 주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인도영화, 그 중 메인스트림 상업영화는 ‘유니버셜리티’의 장벽을 걸고 넘어진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도 대부분은 그런 영화를 보지도 않고 그렇게 판단해버리는 ㅋ)


그런 점에서 영화제가 선택했다는 것은 그런 ‘유니버셜리티’를 충족시킨 국제 표준의 영화(?)이기에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소개할 만 하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우리와 정서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국제적인 인정… 이라… 그렇게 따지면 《RRR》은 상을 휩쓸었고 《Jigarthanda XX》 같은 영화는 로테르담에 초청되었는데 why…?


kreem.jpg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영화 《RRR》


국내에선 영화제나 많은 영화 소개 대목에서 영화에 대한 장점을 ‘보편적인 감성’으로 쓰는 사람이 많은데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서 ‘반지하 주택’이라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개념을 등장시켰음에도 세계인의 인정을 받은 건 영화제 등 세계 무대에서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것도 있다고 봅니다.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에는 폭력이 많나요?'라고 하는 외국인들은 지금도 존재하나요? 그렇다면 그들에겐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나요? 지금은 오히려 K 콘텐츠들이 해외에 많이 퍼져 그러려니하지들 않나요?


이렇게 주류가 되면서 더이상 부연설명이 필요 없어진 것들 그것도 권력의 일종이겠죠. 인도영화 이야기 할 때마다 제가 자주 언급하는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상에서의 스콜세지 감독의 인용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왜 다른 것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이나 《RRR》이나 ‘인도’의 진한 코드들이 담겨있는데 ‘유니버셜리티’에 기대려 하는 건 보편성에 기대어 판단하겠다는 일종의 편의성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이들을 몰랐고 앞으로 모를 예정이므로 쓰는 몰이해를 정당화 하는 도구가 바로 '유니버셜리티'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역시 후기엔 ‘요즘 유행하는 유럽감성’ 같은 까내리는 말 같은 것도 있는 걸 보면 파얄 카파디아 감독이 도구는 서양의 것을 쓰되 인도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는 걸 어찌 알리오… (하긴 인도의 아카데미 선정 위원회도 그 의미를 몰라서 유사한 말을 합디다 ㅋㅋ)


이럴때면 10여 년 동안 비주류로 살아온 설움을 폭발시켜 일본처럼 인도의 잘나가는 오락영화를 수입 개봉해 ‘FXXK THE UNIVERSALITY! 이것이 오리지널이다!’ 하는 패기를 부려 ‘디스 이즈 시네마’를 외치고 싶지만 이건 저만의 욕망일 뿐 일선에 계신 분 중에는 이런 리스크를 걸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뭐 있던 영화도 잘려서 들어오는 판에…)



we_all.jpg 칸에서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팀. 받아들이세요! 이 춤을!!!!


팔이 안으로 굽어서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얼마나 많은 이들의 리뷰에서 ‘지금까지 알던 인도영화와는 다른’ 혹은 ‘우리가 알던 인도영화와는 다른’ 이라는 말이 추출될까 아주 재밌어집니다(negative). ‘보편적인 정서가 있어 좋았다’라는 말을 하는 분이 있으면 “영화가 좋으셨나요? 그럼 저랑 뭄바이 가실래요?” 하면 머리를 긁적이며 ‘인도는 위험해서…’ 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ㅋㅋ


※ 메인에 걸린 그림은 AI가 아니라 c.com님이라는 분이 그리신 작품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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