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지 320~349일 차
2025-06-07 (+326days)
동생 생일 축하 기념으로 코엑스 하이디라오에 가기로 한 날!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안이가 이틀간 응가를 안하더니만 결국 변비에 걸려서 아침부터 고통스럽게 응가했다. 이렇게 단단한 응가는 처음 봤다. 기저귀를 뚫고 나오는 줄 알았네! 얼마나 아팠을까. 오전에 바로 병원에 가서 변비약 처방받았고, 간 김에 영양상담도 받아서 이유식 수유 패턴도 얼른 바꿔줘야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변비는 약먹으면 금방 낫겠지! 앞으로 수분도 더 잘 섭취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 (빨대컵 사용은 언제쯤 익숙해지려나?) 이유식 상담은 꽤나 도움이 되었는데, 이유식 섭취량 부족하다고해서 분유로 보충해주지 않는 것, 아침-점심-저녁 모두 이유식으로 먹이고 그 사이에 간식의 개념으로 분유 수유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이었다. 그 동안 하던 새벽 수유는 완전히 잘못되었던 것이었다. (사실 알고는 있었는데, 밤에 너무 우니까 포기하고 수유했던건데 이제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그렇게 변비 사건은 일단락 시키고, 이안이와 하이디라오에 방문했다. 아기와 가기에는 난이도가 높은 식당으로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도 난이도 최상! 게다가 이안이가 변비로 고생한 탓에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내내 징징거렸다. 그 맛있는 훠궈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동생 덕분이 배터지게 먹었고, 오랜만에 외식해서 행복했다. 다 같이 카페도 가고 수다도 떨고, 몸은 너무나 피곤했지만 엄마, 아빠, 동생과 함께 또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
2025-06-08 (+327days)
이안이 출산 후부터 계속 연락하며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다. 모두 1~2주 간격으로 비슷하게 출산해서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잘 알게된 고등학교 동창들이다. 그 친구들과 드디어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만나기로 했다. 다들 이안이와 월령이 비슷해서 더욱 설레고 기대됐다. 그렇게 드디어 만난 친구들.
2025-06-09 (+328days)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라호텔 호캉스 당일! 그러나 예상보다 정말로 힘들었던, 극기훈련 수준의 호캉스가 되어버렸다. 생각하지 못했던 1차 난관은 바로 기어다닐 수 없는 호텔 방이었다. 아직 걷지는 못하고, 기어다니기는 엄청 기어다녀야하는데 호텔의 카펫 바닥을 기어다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이불을 추가로 부탁드려서 바닥에 이불을 쫙 깔아두었더니, 이건 호텔 방이 아니라 난민촌 같았다. 2차 난관은 그 유명한 야외호텔에 나가보려고 한 순간 이안이는 깊은 잠에 빠져버린 것이다. '나가야하는데... 시간이 가고있는데...'라고 마음 속으로 무수히 외쳤다. 결국 거의 저녁 5시가 넘어서야 수영장에 갈 수 있었다.
'그래, 오히려 좋아. 해도 덜 뜨겁고.' 그렇게 수영장에 도착하니 힘들었던 것이 싹 잊혀지고 참 좋았다. 선들한 바람, 편안한 카바나, 시원한 맥주. 남편과 나는 고생한 우리 둘을 위해 값 비싼 짬뽕과 치킨까지 시켜먹었다. 이안이도 신이 났는지 래쉬가드를 입고 카바나에서 여기 저기 손가락질하며 "으! 으!"를 외쳐댔다. 치킨과 함께 나온 감자튀김도 너무 먹고 싶어해서 조그맣게 잘라서 몇 입 줬더니 좋아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 미리 주문했던 투명 튜브를 태우고 물놀이도 잠시 해주었다. 조금은 경직된 모습이었지만 이안이도 기분이 꽤나 좋아보였다. 그렇게 수영을 잠깐 즐기고 다시 방안에 와서 이유식도 먹이고, 우리 셋 모두 달콤한 잠에 빠졌다.
아침에는 조식도 먹고 왔는데, 역시 이안이와 함께 먹는 조식은 난이도가 꽤 높았다. 자기 이유식은 거부하고 과일과 어른 음식을 먹겠다고 해서 쉽지 않았다. 다 먹고 나니 우리의 테이블은 정말이지 쑥대밭 그 자체였다. 흡사 전쟁이 끝난 뒤의 모습 같아서 조금 웃겼다. 그 와중에도 배부르게 참 잘 먹었다. 그렇게 호캉스가 끝났다. 이안이 100일 쯔음이었던 작년 겨울에 갔던 호캉스보다 한 차원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우리 셋의 추억이 하나 쌓여서 행복하다. (동시에 호캉스가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호캉스가 아니게 되었음도 깨달았네. 힘들지만 배로 행복한 호캉스가 되어버렸다.)
2025-06-14 (+333days)
주말 맞이로 요즘 인기 절정인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사실은 이안이보다도 나와 남편이 더 기대하면서 갔던 것 같다. 한국 무용단이 하는 공연도 살짝 구경하고, 유명한 사유의 방과 고대 역사관 등을 구경했다. 이안이는 졸렸는지 유모차에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해서 아기띠하고 다녔더니 결국 잠들어버렸다. 이안이 저녁 시간에 맞추어 빠르게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예쁘게 가꿔진 국립중앙박물관 주변을 산책하면서 잔뜩 힐링하고 돌아왔네.
2025-06-16 (+335days)
푹 자고 일어나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난 우리 이안이. 아침 이유식도 무난하게 140정도 먹어주고, 오전부터 신나게 놀았다. 사운드 북 중에서 막대로 드럼치기를 할 수 있는 책이 있는데, 요며칠 계속 시도해보더니 드디어 꽤나 정확하게 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막대를 손에 꽉 쥐고, 나름대로 열심히 드럼을 치는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요즘은 돌이 가까워지면서 예전보다 장난감을 더 잘 이해하고 가지고 논다. 성장하는 모습에 매일 매일이 신기할 따름이다.
오후에는 이유식을 먹고난 뒤에 작은 단어 책을 양손에 든 채로 최장시간 홀로 서 있었다! 아무것도 잡지않고,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말이다. 거의 30초는 서있었던 것 같은데 막판에는 본인도 어색하고 무서웠는지 두 다리가 얼어붙고 펑펑 오열했다. 남편과 나는 그 모습조차 너무나 귀여웠다. 이안이는 울었지만, 그래도 길게 서있었던 덕분에 드디어 혼자 서있는 영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동안은 정말 찰나로만 혼자 서있어서 영상을 남길 수 없었다.)
2025-08-27 (+407days)
드디어 8월 23일에 엄마의 CFA 시험이 끝났단다. 그동안 너의 돌잔치 준비와 시험 준비로 밀려있던 육아일기를 이제 다시 써보려고해. 시험은 엄마의 생각보다 난이도가 조금 있었던 것 같아서 합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 이안이와의 약속을 지켜내서 기뻐. 이안이도 나중에 이 글을 읽는다면 너가 하고자하는 무언가를 최선을 다해서 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사이 우리 이안이도 정말 많이 자랐다? 하루 하루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해서, 매일 매일이 기적같은 그런 순간들이었어. 그럼 다시 두달 전 기억을 회상하며 육아일기를 이어갈게.
2025-06-21 (+340days)
이제 돌잔치가 딱 일주일 남아서, 드디어 첫 미용실 방문한 날. 그래도 첫 미용실이니까 집 앞 준오헤어에 가서 30,000원이나 주고 머리를 잘라줬다. 걱정을 많이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잘 참아주어서 너무 귀엽고 예쁘게 머리를 자를 수 있었다. 집에서 잘라줄 때에는 앞머리와 뒷머리만 잘라주고, 옆머리를 못 잘라줘서 아쉬웠는데 미용실에서 예쁘게 잘라주니 엄마 속이 다 후련했다. 원래도 귀여웠지만 더욱 귀여워진 우리 아기. 돌잔치 날이 정말 기대된다.
2025-6-25 (+344days)
돌잔치 예행 연습을 위해 집에서도 샌들을 한번 씩 신겨보고 있다. 예전보다는 덜 싫어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요즘 좋아하는 동요책이 있는데, 노래 버튼을 누르고 리듬 타면서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춤을 춘다. 그 모습이 정말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니, 도대체 리듬타는건 어떻게 아는거지? 이안이를 키우다보면 참 신기한 것들이 많다. 알려주지 않아도 어느 순간 혼자서 무언가를 새롭게 하고 있다. 하루 하루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다.
2025-06-27 (+346days)
이제 대망의 돌잔치 이틀 전! 이안이의 돌잔치 의상이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친정 부모님이 집에 오셔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같이 돌잔치 의상도 입혀보았다. 아니, 왕자님이잖아! 조금은 가격대가 있는 의상이었지만 정말 잘 선택했다. 남색 마이에 달린 금장 단추. 남색 넥타이. 크림색 멜빵 정장 바지. 검정색 양말과 단화. 검정색 모자. 더할나위 없이 멋지고 잘 어울린다. 나비 넥타이와 일반 넥타이 사이에 고민했는데, 입혀보니 일반 넥타이가 훨씬 잘 어울려서 일반 넥타이로 결정! 혼자 조금씩 서있기도 하고, 돌잔치가 너무나 기대된다. 내가 입을 원피스도 다시 입어보니 마음에 꼭 든다. 요즘 장마철인데 부디 그날만큼은 비가 내리지 않기를.
2025-06-29 (+348days)
드디어 돌잔치 당일. 하루 뿐인 돌잔치인데 날씨도 좋고, 이안이 상태도 좋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결혼식 때보다 더 긴장되었다. 게다가 돌잔치 마무리하고, 남편은 밤 비행기로 장기 해외 출장, 나는 친정으로 이안이와 함께 가기로 해서 챙겨야할 짐도 정말 많았다. 몇일 전부터 짐 목록을 써두고 이것 저것 챙겨두었는데도 괜히 빠뜨리는 것이 생길까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새벽 4시 쯤 눈을 떠서 샤워하고 새벽 6시부터 출장 메이크업을 받기 시작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사실 굉장히 피곤했는데, 다행히 메이크업 덕분에 피곤함이 잘 가려졌다. 결혼식 이후 처음으로 메이크업 받은 모습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남편도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았는데 하길 잘했다. 그렇게 우리는 9시 30분 정도에 돌잔치 장소로 출발했다. 돌잔치는 라쿠치나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예약해두었는데,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오전 10시에 돌잔치 장소에 도착했고, 일찍 와서 도와주기로 한 내 동생을 만났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스냅 작가님과도 인사하고, 이안이를 정장으로 갈아입혔다. 다행히 비도 오지 않아서 야외 촬영이 가능했다.
그런데 무더위 속 야외 촬영은 사실 쉽지 않았다. 어른도 버티기 힘든 습도와 더위 속에서 이안이가 짜증을 정말 많이냈다. 웃는 모습을 많이 담지 못해서 아쉬웠다. 남편도 사실 고생을 참 많이 했다. 결혼식 때 입었던 두툼한 가을용 정장차림으로, 10키로가 넘는 이안이를 두시간 내내 안고 촬영했다. 그래도 야외촬영 할 수 있는게 어디냐. 그리고 나중에 동생이 찍어준 아이폰 사진들을 보니 사진은 참 예뻤다. 초록 초록한 돌담길,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한 사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이안이가 커서 볼 때에도 마음에 들어할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어려웠던 야외 촬영을 마무리 하고, 실내에서 예쁜 돌상과 함께 추가 촬영을 진행했다. 생화돌상은 화이트 그린 톤으로 맞추고, 색동으로 포인트를 준 답례품도 예쁘게 올려서 세련되고 단아했다.
12시 조금 넘어서부터 양가 가족분들과 함께 돌잔치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안이가 졸려해서 돌잡이부터 진행했는데, 제일 먼저 공을 집었다. 너, 정말로 운동선수가 될거니? 그 다음은 실과 돈도 집었다. 그래,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돈 많이 버는 멋진 운동선수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물론 엄마는 너가 무엇이 되든, 네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하루 하루가 반짝거리고 매일이 설레는 인생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 가족과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일주일 동안 열심히 만든 성장 동영상도 함께 시청했다. 성장 동영상은 만들까 말까 고민하다가, 기록용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만들었는데 만들길 정말 잘했다. 가족 모두가 즐겁게 시청했고, 내 동생은 심지어 자막이 너무 감동적이라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사실 자막 일부는 내가 만든게 아니라, 원래 포맷에 들어있던 기본 자막이라 조금 뜨끔했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와 남편이 소감 발표를 했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와버렸다. 하필 야외 촬영이 조금 힘들기도 했고, 부모님 얼굴을 보니 왠지 울컥했던 것 같다. 좀 창피했지만, 아무렴 어때. 우리 가족들 앞인데!
그렇게 대망의 돌잔치가 마무리 되었다. 다들 돌준맘, 돌끝맘 하길래, '뭘 그렇게까지 유난이야? 난 적당히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했으나, 이건 원래 그냥 손이 많이 가는 행사였다. 행사장, 돌 상, 돌 떡, 아기 돌 정장, 엄마 아빠 정장, 헤어와 메이크업, 양가 가족을 위한 답례품, 성장 동영상 등 해야할 것이 참 많았고,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고, 아쉬움 없이 잘 마무리되어서 행복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년 동안 무탈하게 잘 자라준 이안아. 너에게 가장 고마워. 그리고 네가 꼭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있어. 1년 동안 엄마와 아빠도 너를 최선을 다해 보살폈지만,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너를 정말로 예뻐하시고 많은 도움과 응원을 하셨다는 것도 잊지 말아줘. 이 세상에 너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도. 너와의 다음 1년이 또 기대되는구나. 사랑하고 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