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로망으로 호사를 누리다!
5~6년 전부터 남편이 ‘캠핑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유튜브를 보며 어느 회사의 ‘캠핑카’가 좋은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더 좋은 새로운 ‘캠핑카’가 계속 나왔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집짓기 로망’으로 농막이나 소형 주택 등, 마치 내가 '건축 탐구 집'에 빠진 것처럼 남편도 ‘캠핑카’에 점점 빠져들었다.
우리 부부는 시간이 되면 ‘건축 박람회’와 ‘캠핑카 전시장’을 놀이 삼아 구경 다녔다. 저러다 말겠지…. 하며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데 해가 갈수록 진심이었다.
50대 후반이 되어가니 정말 구입할 기세였다. 나는 캠핑을 얼마나 하겠냐면서 그 돈으로 호텔에 편하게 묵겠다며 반대했다.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한 달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여행 때문에 아파트주차장에도 못 대는 차를 늘려, 어디에 보관할 거냐고 반박했다. 둘 다 은퇴하면 모든 경비를 줄여야 한다고 현실을 직시해 주었다.
아파트주차장에 댈 수 있는 차를 물색하니, 스티리아, 스타렉스, 트럭, 렉스턴 스포츠카 정도였다. 정확한 용도의 ‘캠핑카’가 아닌 ‘차박용 차’로 눈높이를 낮추었다. 또 저러다 말거라 생각했는데, 집요하게 관심을 가지고 화성, 김포, 용인 등 ‘차박용 차’를 알아보러 다녔다. 내가 흔쾌히 승낙하지 않으니 “ 내 평생소원이 ‘차박용 차’를 사서 강아지랑 손녀딸 데리고 여행 다니는 거다.”라는 말을 했다. 아이고! 참 소원도 소박하다. 난 단서를 달고 승낙했다. 뭐 내가 승낙을 안 해도 살 수 있지만, 그래도 내무부 장관의 허락을 구한 남편이 고맙다.
** 나의 차박 캠핑 규칙!
음식은 절대 해 먹지 않는다. (라면, 커피 정도는 OK)
운전과 모든 노동은 전적으로 남편이 한다.
나는 음악 듣고 책 읽고 졸리면 자고,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할 것이다.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 찾아다니기. ‘데크 둘레길’ 산책하고 휴식하기
규칙은 깨질 수 있지만 난 ‘차박 여행’을 휴식에 집중하며, 홀가분하고 편하게 여행하고 싶다. 아이들이 어렸다면 모를까, 남편도 텐트 치는 것은 엄두가 안 나서 ‘차박용 차’를 선택했고, 먹는 걸 무척 좋아하지만 밖에서까지 지지고 볶고, 먹는 데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심플한 차박’에 의견이 모아져 일사천리로 차를 알아보았다. 가지고 있던 차를 팔고, ‘데일리 카’와 겸할 수 있는 튼튼한 차에 초점을 맞추었다. 신차 색깔도 산뜻한 ‘샌드 베이지색’으로 내가 골랐고, 내부구조를 선택하기 위해 다시 유튜브를 보며, 어떤 디자인이 좋은지 고심했다. 내부 인테리어 사양을 모두 내가 선택했다. 결과는 매우 흡족했다.
3월에 출고한 차를 5월까지 기다려 내부구조 변경을 맡기고, 6월 말에 차를 인도하였다. 전기도 승압시켜야 하고 에어컨 설치비용도 꽤 비싸서, 더운 여름 1~2달 동안은 캠핑하지 않기로 하고 에어컨 설치를 안 했다. 주말에 시간 날 때마다, ‘보통리 저수지’ 앞이나 ‘서랑 저수지’ 무인카페 등에서 2~3시간 정도 쉬었다가 오니 힐링이 되었다.
7월 어느 주말 첫 차박지를 탄도항으로 정했다. 탄도항 주차장은 한산했다. 조용해서 잠을 자려했는데, 옆 차가 더운지 에어컨을 계속 켜고 있느라 시동을 끄지 않으니, 밤새 시동 소리가 시끄러워 ‘전곡항’으로 이동했다. 조용히 잘 자는가 싶더니, 새벽 4시 전후부터 주차장으로 갑자기 차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밝은 ‘하이라이트’ 불빛과 소음에 잠이 깼다. 무슨 일인가 보니, 새벽 낚싯배 출항 시간에 맞춰 몰려들어 온 차들이었다. 젠장!
아쉬운 잠에서 깨어 매향리 쪽으로 차를 움직여 강아지와 새벽 데크길 산책을 한 후 ‘고온항’으로 이동했다. ‘고온항’은 아주 작은 항구인데 마침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차를 딱 대놓고 풍경을 감상했다. 전날 싸 온 간식과 주변 카페에서 커피를 사 와서, 뒷문을 열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대단한 풍광은 아니지만, 탁 트인 바다와 하늘이 볼만했다.
괜찮은 ‘노지 차박지’를 물색하는 건 쉽지 않았다. 화장실 문제도 있고 경험이 없어 많이 돌아다녀야 할 듯하다. 정식 ‘캠핑장’은 아직 시도를 해보지 않았다. 매너 타임을 지키는 사람이 드물어 시끄럽다는 불만 글들이 게시판마다 많았다. 사실 밥도 안 해 먹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조용히 쉴 곳으로 유료 캠핑장은 적합하지 않았다. 가장 문제는 둘 다 계획 없이 즉석에서 떠나는 스타일이라, 가고 싶을 때는 이미 예약이 꽉 차서 고르기가 힘들었다. 성수기 때는 거의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하니, 우리의 여행 스타일과는 너무 안 맞는다.
남편은 차를 산 이후 ‘유튜브’를 보며 ‘노지 차박’ 여행지의 정보를 얻는다. 말로는 벌써 스무 군데도 더 갔다 왔다. 고기를 사면 조용한 ‘캠핑장’을 빌려준다는 ‘유튜브’를 보고 ‘혹’하여 무더위가 한창인 7월 중순쯤에 겁도 없이 진천으로 향했다. 정말 너무 조용한 곳이었는데, 고기만 구워 먹고 무더위에 지쳐 10시 반에 철수했다.
10월 중순경, 진천 ‘농다리’로 놀러 갔는데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구경을 다 한 후에 남편 혼자 주차해 놓고 왔던 주차장까지 20분 이상을 걸었다. ‘제5 주차장’까지 가서 차를 주차했을 정도로 차가 무척 많았다. 구경은 잘했지만, 주차장까지 오래 걸으니 너무 힘들었다.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너무 지쳐서, 주차하고 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샀던, '진천 쌀 빵'과 차 안에 있던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기로 했다.
차를 댄 곳의 후방 쪽이 마침 ‘배추밭 뷰’였다. 옆 창문으로는 미루나무가 쭉 늘어서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파란 하늘에 ‘배추밭 뷰’를 바라보며 컵라면을 먹는 기분은 평안하고 낭만적이었다. 배가 부르니 나른하여, 팝업 텐트를 올리고 약 30분간 낮잠을 즐기니 피곤이 조금은 가셨다. 남편이 은퇴하면 평일에 한산하게 다니기로 했다. 절 투어, 출렁다리 투어, 둘레길 투어, 제주 한 달 살이 등 하고 싶은 게 많다.
할 수 있겠지...
주말에는 주로 반나절 코스로 ‘보통리 저수지’와 ‘서랑 저수지’등 가까운 곳에서 휴식을 하고 온다.
어느 주말 맥없이 집에서 쉬고 있다가, 갑자기 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출발 시각도 오후인 데다 오가는 시간이 걸리니 멀리 가기가 싫었다. 오후에 3시간 정도만 쉬다 올 거라 가까운 데 없을까 생각하다가, 남편이 ‘배드민턴’ 대회 때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했던, ‘신리천 구장’ 뒤쪽의 조용한 장소를 생각해 냈다. 나도 흔쾌히 찬성하며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급작스럽게 출발했지만, 가보고 완전 ‘유레카’를 외쳤다.
‘리베라 CC’의 일부 전망이 보이는 탁 트인 곳에, 차 몇 대 외엔 무인도처럼 조용하고 좋았다. 일단 사람이 없고, 광활하게 탁 트인 경치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노트북’을 켜고 전원을 꽂았다. 남편은 캠핑 의자를 펴고 책을 읽고, 나는 신나게 글을 썼다. 하늘의 비행기 길이 있는지 남편이 “비행기가 두 대 보인다”며 책을 읽다 말고 구경을 했다. 따스하고 파란 하늘에 비행기가 계속 날아다녔다. 남편은 중간에 누구와 통화를 하더니 4시쯤 클럽 사람이 우리 차 있는 곳으로 놀러 온다고 했다. 아침 운동을 하려 했다가 인원 모집이 안 돼, 운동을 못한 남편이 여기 있다는 정보를 흘렸나 보다.
아이들과 '캠핑'을 많이 다녔던 성격 좋은 그 친구가 도착한 후, 같이 컵라면과 김밥을 맛있게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캠핑’을 많이 한 경력이 있는 그 친구로부터, 좋은 ‘노지 차박’ 장소의 정보도 많이 얻었다. 영종도, 강원도, 가까운 1 동탄 쪽 등. 마음은 벌써 그곳들을 다녀왔다.
오늘은 집에서 가장 접근성 좋은 차박 장소를 발견하여 무척 기뻤다. 차를 뽑은 후 아직은 여행 다닌 횟수가 많지 않지만, 무언가 여운이 남는 경험들이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처럼, 처음 차박 시도가 꽤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몇 번밖에 안 가본 소소한 ‘차박 여행’의 기억이 앨범에 사진이 모이듯 쌓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