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의 대가

설탕세

by 이상한 나라의 폴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설탕세'라는 단어가 시선에 박혔다. 정부 회의나 언론에서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아직 확정된 정책은 아니지만, 국무회의 테이블 위에 이 안건이 올라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위기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


처음에는 '이제는 단맛마저 세금으로 통제하려는가'라는 반발심이 들었지만, 곧이어 '오죽했으면'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국가는 개인의 식탁에 개입하려 하는 것일까?


설탕세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 건강의 척도인 당뇨 관리와 혈당 조절에 어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설탕세는 설탕이 함유된 음료나 식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하지만 그 이면의 목적은 단순히 세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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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높여 자연스럽게 당분 섭취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행동 경제학적 장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 퇴치를 위해 도입을 권고한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당뇨 환자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이미 이 제도를 시행 중인 타국의 상황은 어떨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멕시코를 보자. 멕시코는 탄산음료 소비량이 세계적으로도 높고 비만율 또한 심각한 국가였다.


그러나 설탕세 도입 첫해인 2014년에 가당 음료 구매량이 약 5.5% 감소했고, 2년 차에는 9.7%나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출처: 멕시코 국립공중보건연구소 및 BMJ 연구 결과)


흥미로운 점은 그 반작용으로 생수 구매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가격이라는 장벽이 사람들을 더 건강한 선택지로 이끈 셈이다.


영국의 사례는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을 보여준다. 소비자에게 직접 세금을 물리는 대신, 기업이 음료의 설탕 함량을 줄이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전체 청량음료 제조사의 50% 이상이 자발적으로 설탕 함량을 줄였고, 제도 시행 후 판매되는 음료 100ml당 평균 설탕 함량이 약 11% 감소했다. (출처: 영국 공중보건국 보고서)


기업 스스로 제품을 건강하게 만드는 '리포뮬레이션'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개인의 당뇨 관리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질까. 과연 단순히 음료를 덜 마시는 행위가 질병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있는 걸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팀은 멕시코의 설탕세 도입 효과를 분석하며, 2030년까지 약 18만 9,300명의 신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출처: PLOS Medicine)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 역시 설탕세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만을 예방하고, 이것이 훗날 당뇨병 발병률을 낮추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 분석했다.


매일 무심코 마시는 탄산음료 한 잔을 줄이는 것. 그것이 장기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체중을 조절하는 나비효과가 된다. 멕시코, 영국, 칠레 등 여러 국가의 사례가 증명하듯, 가격 인상은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공중 보건의 증진이라는 결과로 귀결된다.


물론 세금이 서민 물가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 곳곳에 널린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시대다. 어쩌면 설탕세는 우리가 조금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가 건네는 쓴 약일지도 모른다.


당뇨 관리는 식습관이 8할이라고 한다. 제도의 변화와 개인의 자각이 맞물릴 때 비로소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이 정책이 만약 우리 삶에 들어온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단순한 세금 폭탄일지, 아니면 건강을 위한 불가피한 수업료일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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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