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서울의 여름이 남긴 기록
환경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ESG 경영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일상처럼 마주한다.
정부 간 협의체인 IPCC는 지구온난화가 명백한 인간의 책임이며 재난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단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기후변화를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 일컫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 팽팽한 대립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본질은 무엇인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를 인정하는 진영은 이른바 하키 스틱 그래프를 통해 산업화 이후 급격히 치솟은 지구의 기온을 증거로 제시한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이들은 지구의 역사를 만 년 단위의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인류가 정착하기 이전에도 지금보다 기온이 높았던 시기는 여러 차례 존재했으며, 현재의 온난화는 지구가 겪어온 자연스러운 순환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과거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기상 데이터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이 미미했던 1939년 서울의 폭염일수는 47일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의 폭염이 과거보다 반드시 더 심각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근거들이 도처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더불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특정 농도를 넘어서면 온실효과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추가적인 기온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포화 이론 역시 논쟁에 무게를 더한다. 마치 가득 젖은 스펀지가 더 이상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와 닮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끝없는 진실 공방 속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위기설의 과학적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는 당면한 자연현상에 대처할 수 있도록 관점을 전환해 보는 것은 어떨까.
거대 담론인 탄소중립에만 매몰되어 현실의 재난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설령 오늘 당장 탄소 배출을 멈춘다 해도 이미 변하고 있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다.
실질적인 대응은 근시안적인 대책이 아니라 가장 책임감 있는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폭우에 대비한 배수 시설을 강화하고 폭염을 견뎌낼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회피가 아니라 실무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급격하게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했던 국가들이 겪은 진통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을 선언하며 탈원전과 탈석탄을 서둘렀으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 앞에 천연가스 수급이 마비되며 전력 요금이 수 배로 폭등하는 대란을 겪었다.
영국 또한 해상 풍력 비중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과 2022년 사이 바람이 불지 않는 무풍 기간과 겨울 한파가 겹치며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급 안정성과 외부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전환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결국 해법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선 에너지 자립의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무탄소 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2026년을 에너지 대전환의 성과를 가시화하는 원년으로 삼아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력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ESG 경영은 이념적인 논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기 대응 능력을 키우는 데 있을 것이다.
탄소 감축이라는 원대한 목표와 에너지 자립이라는 생존의 열쇠가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는 변할 수 있어도 인류의 생존을 향한 치밀한 준비는 변하지 않는 가치로 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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