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안 난다면... / 스타트업 관찰기2
여러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과 미팅을 하다 보면, 산업도 다르고 사업 단계도 다른데 이상할 정도로 비슷한 기시감을 마주하게 된다. 미팅 초반, 대표는 대개 현재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비교적 또렷한 언어로 설명한다.
요즘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거나, 마케팅 효율이 계속 떨어진다거나, 팀은 정말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식이다. 대표의 표정에는 진지함과 조급함이 동시에 묻어 있다.
겉으로만 보면 그들은 이미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대화를 조금 더 깊게 이어가다 보면 공통적으로 마주치는 지점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문제는 많지만, 정작 지금 이 회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단 하나의 문제는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문제라고 부르는 것들의 정체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출이 안 나온다, 전환율이 낮다, 조직이 느리다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이 문장들은 엄밀히 말해 문제라기보다 증상에 대한 묘사에 가깝다. 마치 몸이 아플 때 열이 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열은 분명 우리 몸의 이상 신호지만, 열 자체가 병의 원인은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흔히 벌어지는 비극은 이 증상을 곧바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착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증상을 문제로 오인하면 대응 방식은 늘 뻔해진다. 매출이 안 나오면 마케팅 예산을 늘리고, 전환율이 낮으면 랜딩 페이지를 고치며, 조직이 느리다고 느껴지면 사람을 더 채용한다.
실행은 빠르고 할 일은 계속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대표의 머릿속에는 개운치 않은 찜찜함이 남는다. 무언가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이것이 맞는 방향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감각이다.
그렇다면 왜 문제 정의는 계속 뒤로 미뤄지는가. 문제 정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대표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항상 실행이 먼저 나오고 정의는 뒷전이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초기 스타트업 대표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압박, 매출에 대한 부담, 팀원들의 기대, 그리고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대표를 끊임없이 몰아세운다.
이런 숨 가쁜 환경에서는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비생산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그래서 대표는 자연스럽게 일단 해보면서 보자고 말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를 정의하지 않은 채 실행을 시작하면, 실행의 양이 늘어날수록 조직은 더 피로해진다.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언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특정 고객군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닌지, 이 문제가 해결되면 어떤 지표가 바뀌어야 정상인지와 같은 중요한 질문들은 계속 유예된다.
문제 정의가 부족한 조직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회의에서는 늘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지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흐릿하다.
모든 일이 중요해 보이고, 그래서 우선순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이번 분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단 하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사실을 어떤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의 원인이 우리 통제 범위 안에 있는지에 대해 즉답하기 어렵다면 주의해야 한다.
지금 조직은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가 아니라 문제를 혼동하고 있는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전략도 실행도 모두 흐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초기 스타트업에서 대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해결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팀이 커질수록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대표의 진짜 역할은 조직이 풀어야 할 문제를 정확한 언어로 정의하는 것이다.
문제가 잘 정의되면 팀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고 실행의 기준이 생긴다. 불필요한 시도는 줄어들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실행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의 밀도다.
다음 주 회의에서 새로운 액션 아이템을 추가하기 전에 이 질문부터 던져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현상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성장은 더 많은 실행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성장은 더 나은 문제 정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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