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난한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성세대는 말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난한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거나 브런치 세트 같은 사치에 돈을 낭비하기 때문이라고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성실하게 공부하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스펙을 쌓아 취업 관문을 뚫었는데도 왜 2030의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을 기어 다니는 걸까요? 오늘 이야기할 책, 헬렌 레이저의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원제: Total Propaganda)는 이 억울한 질문에 대해 아주 명쾌하고도 신랄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는 밀레니얼 세대(한국으로 치면 mz세대)의 빈곤이 개인의 나태함이 원인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진짜 원인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을 마르크스 경제학의 관점을 빌려 분석하죠. 저자는 서구 사회와 현대 자본주의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씌운 게으른 세대라는 프레임을 가차 없이 깨부숩니다. 우리가 마주한 저임금, 비정규직, 치솟는 집값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왜 더 많이 일할수록 더 가난해지는지를 설명합니다. 기업은 기술 발전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지만 그 열매는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구조. 이 시스템 속에서 밀레니얼은 그저 비용 절감의 대상일 뿐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막연한 불안과 박탈감이 사실은 착취당하는 노동자로서 느끼는 지극히 당연한 감정임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은 조금은 예민한 얘기도 담고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책에서는 현대 정치가 더 이상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오늘날의 정치는 공적인 담론 대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윤리적 소비 같은 마케팅적 수사에만 관심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친환경 제품을 사고 채식을 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메시지는 사실 거대한 시스템의 책임을 개인의 도덕적 실천으로 떠넘기는 교묘한 눈속임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진정으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의 노력을 탓하는 대신에 우리를 가두고 있는 시스템 자체를 의심하고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치가 개인의 감정 케어(Care)에 집중하면서 정작 우리가 되찾아야 할 노동의 권리와 부의 재분배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자는 다시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정치는 투표장에 한 번 가는 행위가 아닙니다. 파편화된 개인으로 남지 말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연대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겪는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함으로써, 무력감에 빠진 밀레니얼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가난의 원인을 내면이 아닌 외부의 시스템에서 찾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나를 자책하는 일을 멈추고 세상을 바꿀 궁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당신이 실패자라고 믿기를 바란다. 그래야 당신이 시스템에 저항하는 대신 자신을 수리하는 데만 몰두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