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독인가, 약인가
우리는 내가 나 자신의 주인이며 나의 모든 결정은 오로지 나의 자유 의지로 내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생각이 진짜일까요? 정말 나의 모든 결정은 100% 나의 의지만 반영된 것일까요? 오늘 얘기해 볼 책은 전혀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타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에 조종당하는 연약한 존재라고 얘기하죠. 오늘의 책 마이클 본드의 <타인의 영향력>입니다.
<타인의 영향력>은 우리가 왜 군중 속에 있을 때는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저지르는지, 왜 때로는 집단적인 광기에 휩쓸리는지에 대해서 분석합니다. 군중 심리 외에도 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보고도 외면하는지 등 인간의 사회적 행동 이면에 숨겨진 메커니즘을 파헤치죠. 이 책은 심리 실험의 사례를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자아와 사회를 만드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닙니다.
책의 저자인 마이클 본드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인간의 이러한 심리와 사회적 관계의 영향력을 분석하려고 했습니다. 저자는 인간이 본래부터 집단적인 생물임을 강조합니다. 진화의 과정에서 무리에 속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고 그 결과 우리 뇌에는 타인의 시선과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로가 깊이 새겨졌다고 합니다.
책은 동조(Conformity)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주관을 버리는지 보여줍니다. 명백히 틀린 답을 말하는 군중 속에서 자신의 정답을 포기하는 사람들, 권위 있는 리더의 잘못된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집단지성의 붕괴 등을 보며 독자는 당혹감을 느낍니다. 저자는 이러한 집단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 참사를 불러오는지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경고하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영향력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사회적 압력이 어떻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에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을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공동체의 규범을 지키며 질서를 유지합니다. 또한,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거대한 과업을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완수하죠. 타인은 우리를 억압하는 굴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성장시키고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은 현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짚어봅니다. SNS의 발달로 타인의 시선이 24시간 우리를 감시하는 오늘날,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타인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습니다. '좋아요' 숫자에 일희일비하고 타인의 삶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모습은 우리 시대가 앓고 있는 집단적 우울의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저자는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타인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무분별한 군중 심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비판적 거리를 두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죠. 이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건네는 조언일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타인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 영향력을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자유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