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생에게 굳이 다양한 분야 친구가 필요한 이유(1)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의 내 인간관계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였다. 20대 중반부터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로 내 주변에 가득 차 있다. 오히려, 음악 전공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몇 년에 한 번 꼴이다.
어떻게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면서 비 음악 전공자 친구들을 사귀었나요?
- 예술 중학교 졸업 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 독일 음대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닌 교회 친구들
- 외항사 승무원, 영어 강사로 일하며
음악 전공자로서 음악에 대해 모르는 사람과의 교류가 어색하지 않나요?
나도 처음엔 어색했다.
특수성이 많은 클래식 음악 전공하는 삶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게 귀찮고 자존심 상할 때도 있었고,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를 들으면 때론 바보가 된 느낌이 들어 어색했다. 이젠 내가 모르는 분야를 친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배울 수 있는 것을 즐긴다.
음악 전공자에게 음악 외의 분야,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친구와의 관계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독일음대 졸업생으로서의 경험을 바탕 삼아 이야기해보려 한다.
동료애와 우정은 다르다.
음대생에게는 경쟁의식 없이 100% 응원해 줄 수 있는 관계가 너무 부족하다.
특수성이 강하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적은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끼리의 인간관계는 '우정' 이라기보다는 우정 + 경쟁심리인 '동료애'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실기 실력이 뛰어난 친구와 있으면 위축감을 느끼게 된다.
친구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전공에 대해 대화할 때에는 말을 조심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친구와 같은 콩쿠르, 입시, 오디션을 참가할 때, 친구가 자신의 실력을 100%다 발휘하는 것을 100%의 마음으로 응원해 줄 수 없다.
예술중학교, 음대를 다니며 주변에 전부 나와 우정과 경쟁을 함께하는 동료애의 관계만 있었을 때는 혼자일 때보다는 낫지만 뭔지 모르게 유리벽이 느껴졌었다.
친구와 가까워지는 것에 한계가 느껴졌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에 대해 관심 없는 친구들과 있으면 달라진다.
내가 악기를 취미 이상의 수준으로 연주할 수 있는 모습을 대단하게 바라봐준다.
내가 콩쿠르, 오디션을 준비할 때, 날 100% 의 마음으로 응원해 줄 수 있다.
나와 다른 목표를 바라보고 있기에 나도 친구가 원하는 목표를 꼭 이루기를, 친구의 잘됨을 100% 의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다.
음악 전공자로서 자괴감이 매우 컸을 때, 음악과 관련 없는 분야의 친구들과의 우정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질투심, 라이벌 의식 없이 응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꽤 기분 좋은 일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특수성이 강한 클래식 음악, 예체능 분야의 전공자들이 동료애만이 아닌 서로를 100프로 응원해 줄 수 있는 우정의 관계들도 많이 맺었으면 좋겠다.
타 분야 친구들을 통해 경쟁으로 인해 위축된 자신감, 특수 분야를 전공하는 외로움을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 동료애 ≠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