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안개 속의 아가씨, 니겔라

by Camel

# 사랑 안개 속의 아가씨, 니겔라


오늘 아침도 니겔라가 피어있는 정원 한켠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이른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이슬방울 사이로, 마치 하늘을 한 폭의 레이스처럼 수놓은 듯한 섬세한 꽃들이 춤추고 있다. '사랑 안개 속의 아가씨'라는 애칭이 왜 붙었는지, 이 아침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이해가 된다.


봄날, 처음 니겔라 씨앗을 뿌리던 날이 떠오른다. 까만 참깨알만 한 씨앗들을 흙에 뿌리며, 이토록 작은 씨앗에서 어떤 꽃이 피어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다. 씨앗은 생각보다 빨리 싹을 틔웠고, 섬세한 실과 같은 잎들이 하나둘 자라나기 시작했다.


니겔라의 매력은 꽃이 피기 전부터 시작된다. 깃털처럼 가는 잎사귀들이 마치 초록빛 레이스를 짜내듯 자라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바람이 불 때면 이 섬세한 잎들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정원에 생동감을 더한다.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면 또 다른 감동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연두빛을 띠던 봉오리가 점차 하늘빛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마치 새벽하늘이 밝아오는 것을 보는 것처럼 경이롭다. 꽃잎이 천천히 펼쳐질 때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섬세한 수술들은 마치 작은 왕관을 쓴 것처럼 우아하다.


완전히 핀 니겔라는 그야말로 천상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하늘빛 꽃잎은 마치 얇은 비단을 펼쳐놓은 듯 투명할 정도로 섬세하고, 그 가운데 자리 잡은 진한 청색의 수술들은 마치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다. 여기에 아침 이슬이 맺히면 그야말로 천상의 정원이 따로 없다.


특히 좋아하는 순간은 이른 아침, 안개가 살짝 낀 날이다. 안개 속에서 피어난 니겔라는 그야말로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섬세한 꽃잎과 잎사귀가 안개 속에서 반투명하게 빛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사랑 안개 속의 아가씨'란 이름에 걸맞다.


꽃이 지고 나면 또 다른 매력이 시작된다. 씨방이 부풀어 올라 형성되는 열매는 마치 작은 풍선과도 같은 모양새다. 연두빛을 띠던 열매가 점차 갈색으로 변해가며 마른 종이처럼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이 또한 니겔라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니겔라를 키우며 배운 것이 있다면, 가장 섬세한 것이 때로는 가장 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얼핏 보면 한 번의 바람에도 꺾일 것처럼 연약해 보이는 니겔라지만, 실은 어떤 날씨에도 잘 견디며 스스로를 번식시키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


매년 봄이 되면 작년에 떨어진 씨앗에서 저절로 싹이 트는 것을 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정원의 여기저기서 예기치 않게 피어나는 니겔라는 마치 작은 기적과도 같다. 계획하지 않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삶도 그러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나의 작은 정원에서 니겔라는 단순한 꽃이 아닌,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스승이 되었다. 섬세하지만 강인하게, 우아하지만 자연스럽게, 계획된 듯 하면서도 즉흥적으로 피어나는 니겔라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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