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을 닮은 꽃, 델피니움

by Camel

# 하늘을 닮은 꽃, 델피니움


처음 델피니움을 심기로 했을 때, 주변에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까다로운 꽃이라고, 키가 너무 커서 관리가 힘들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 하늘빛 청명한 꽃송이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 마치 작은 하늘 조각들이 줄기를 따라 피어난 것 같은 그 모습에, 모든 어려움을 감수할 각오가 생겼다.


봄, 어린 모종을 정원에 심으며 지지대를 함께 묻었다. 키가 훌쩍 자라 장대한 꽃대를 피워 올릴 것을 기대하며, 단단한 지지대는 꼭 필요했다. 마치 어린아이의 성장을 돕는 부모의 손길처럼, 지지대는 델피니움이 하늘을 향해 꿋꿋이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매일 아침 정원에 나와 보면 놀랍도록 빠른 성장 속도에 감탄하게 된다. 다른 꽃들이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이른 봄부터 새순을 틔우더니, 어느새 허리를 훌쩍 넘어 가슴께까지 자라났다. 줄기는 마치 푸른 대나무처럼 곧게 뻗어 올라가고, 잎은 고운 레이스처럼 섬세한 모양새를 자랑한다.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면 설렘은 극에 달한다. 처음에는 작은 초록 방울들이 줄기를 따라 차례로 맺히다가, 점차 청색을 띠기 시작한다. 마치 하늘이 점점 맑아지는 새벽녘처럼, 꽃봉오리는 조금씩 그 영롱한 파란빛을 드러낸다.


드디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정원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으로 변한다. 160센티미터가 넘는 키의 줄기 끝에서 하늘빛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며 층층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꽃잎 하나하나가 마치 나비의 날개처럼 섬세하고, 그 청명한 파란색은 어떤 물감으로도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은 신비로운 빛깔을 자랑한다.


바람이 불 때면 긴장된다. 늘씬한 키만큼이나 관리도 신경 쓸 것이 많은 꽃이다. 강한 바람에 줄기가 꺾이지 않도록 끈으로 지지대에 고정하는 일은 필수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꽃대가 축 처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수시로 살펴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보살핌이 오히려 나를 더 부지런하고 세심한 정원사로 만들어준다.


델피니움의 매력은 단순히 그 청명한 색채만이 아니다. 키 큰 꽃대 끝에서 하늘을 향해 피어나는 모습은 마치 우리의 동경과 희망을 상징하는 것 같다. 때로는 강한 비바람에 휘청이면서도 다시 곧게 선 줄기를 보며,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개화 시기가 지나고 꽃이 져도 실망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은 짧고 강렬하게 피어나는 법이니까. 대신 씨앗을 받아 내년을 기약한다. 매년 조금씩 더 높이, 더 청명하게 피어날 델피니움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정원에서 가장 키 큰 델피니움은 마치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 같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그 자태는, 우리에게 꿈꾸는 법을 가르쳐준다. 청명한 파란빛 꽃말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희망과 도전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나의 소중한 정원 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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