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때, 가방 매장을 찾았다.
생전 가방에는 관심도 없던 나는
몇 프로 이상 저렴하다는 이유로
눈까지 반짝였다.
‘지금이 기회야.’
한국보다 싸게 산 것을 위안 삼으며
기분 좋게 가방 하나를 구입했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2년째 택도 떼지 않고
비닐에 둘러싸인 채 방치되고 있다.
에코백이 나에게 더 잘 맞았다.
어차피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 같아
중고매장에 연락해 봤다.
하지만 3분의 1 가격도 안 되는 제시를 받자
다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욕심으로 데려온 주인을 잘못 만나
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가격에 팔 바에야,
의미 있게 가족에게 주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값비싼 가방도
누구 곁에 있느냐에 따라
빛이 나거나 사라진다.
자신을 좋아해 주고
소중히 다뤄주는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
결국, 시누이인 형님에게 연락했다.
가방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주어야
진정한 가치를 발할 것 같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 곁에 있느냐에 따라
내 모습도 달라지고
빛도 달라진다.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 곁에 있어야
본모습이 나온다.
자신에게 맞는 장소가 있다.
“진정 가치 있는 것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빛난다.”
나는 어떤 장소에 있어야 나다우며,
누구 곁에 있어야 내가 살아나는지
생각해 보는 하루다.
가방에게 멋진 주인을 찾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