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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으로

반대의 성향, 함께 걷는 길

by 행북

역마살이라는 별명이 있던 나는,

결혼 후 집순이로 변했다.


아마 엠비티아이 i가 90%인 남편을 만나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집에서 고요하게 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잘 맞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며

온전히 휴식하는 몇 년을 보냈다.


반면 남편은

평생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헬스와 운동, 수영까지 시작했고,

오늘은 마라톤까지 혼자 뛰고 왔다.


체중계 위 남편은

50kg대에서 70kg 가까이로 늘어 있었다.


2달 전에는 같이 하프를 뛰었지만,

오늘 남원마라톤에서는 혼자 하프를 뛴다고 했다.

집돌이였던 남편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변하다니, 신기했다.


주말마다 집에만 있던

나도 이번에는 러닝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아

온몸으로 충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행복한 상태로 누워

생각했다.

나는 역시 바깥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남편이 러닝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몰랐던 자신의 모습이 드러난 것 같았다.

평생 집에만 있던 남편이

처음으로 운동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흐뭇했다.


반대의 성향이 만나면

서로를 보완하며

몰랐던 모습들이 드러난다.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를 마주하며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시 알게 된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몇 년 뒤,

우리는 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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