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신뢰하며
힘든 일을 털어놓던 친구가 있다.
나도 가끔은 푸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의 이야기가 잦아졌고,
부정의 기운이 조용히 나에게
묻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용의 대부분은
자신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듣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는 걸 알기에
나는 슬며시 다른 화제로 돌리곤 했다.
말에 깊이 공감하지 않으려 했고,
그때부터 우리 사이에는 거리감이 생겼다.
힘든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나였지만,
그 중요한 자리를 더 이상 감당하지 않자
관계는 금세 멀어졌다.
예를 들어보자.
매번 만날 때마다 술자리가 이어지는 모임이 있다면,
술이 없으면 어색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술로 이어진 관계라는 뜻이다.
그런 관계라면
연이 다해도 크게 아쉽지 않다.
나는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건설적인 관계를 좋아한다.
좋지 않은 것으로 이어진 인연은
언젠가 자연스레 끊어진다.
당신은 요즘 어떤 이야기를 하며,
어떤 관계를 이어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