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혼자 직무 공부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막막해하던 차에, 운이 좋게 노트폴리오에서 진행하는 <UX 라이팅 스프린트>에 신청해서 어제 다녀왔다. 매일 서치를 한 덕에 이런 곳에 갈 기회도 생기고 좋다. 역시 정보를 찾아보아야 기회가 오는 것 같다.
강의가 진행되는 노트폴리오 사옥은 홍대입구역에서 머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무수한 주말의 인파를 봐서 기가 빨렸다. 토요일에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어딘가에 가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했지만, 오프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찾기 위해서 이정도 감수하는 건 괜찮다. (열정가득)
강의는 대략 스무 명 정도가 참석했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기회는 아쉽게도 없었지만 그래도 강의자분의 말에 함께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만감이 들었다. 놀랐던 건 현업에 종사하는 분이 꽤 있어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이중 대다수가 (예비)UI\UX 디자이너일거란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나 말고도 UX라이터 직무를 준비하고 계시는 분이 있지 않았을까? 이전 기수의 후기를 찾아보니 스프린트에서 연락처를 교환해 스터디를 진행한 경우도 봤었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UX라이터 취준을 하는 분들과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로 이 글을 쓰는 목적도 인적 네트워크를 얻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었으니까. 혹시 수업을 수강했고 글을 보신 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나쁜사람 아님)
수업은 2시간 좋은 UX라이팅의 규칙과 사례에 대해서 배우고, 나머지 3시간은 강사님이 가져오신 다양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는 실습 시간이었다. 수업 자료를 외부로 유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5시간 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수업을 들으며 인상 깊었던 점을 한 번 기록해보려 한다.
강사님은 UX 라이팅 규칙을 크게 네 갈래로 나누어 설명해주셨다.
1. 간결하게 쓰기
2. 명확하게 쓰기
3. 모두를 위해 쓰기
4. 전환율을 올릴 수 있게 쓰기.
여기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은 규칙은 4번이었다.
기본적으로 UX라이팅은 사용자 경험을 증진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으니, 즉각적으로 '판매'를 하거나 '사용 유도'를 통해 프로덕트(서비스)의 수익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좋은 라이팅으로 사용자 경험을 향상함에 따라 공급자와 사용자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잠재적인 긍정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동시에 UX라이팅은 실제로 '전환율'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내가 학습자의 입장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고, 동시에 구직자의 입장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기도 하다. 라이팅의 성과가 곧바로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겠다.
이 '전환율'을 올리는 라이팅의 좋은 예시는, 바로 푸시 메시지를 작성할 때다. 사실 이러한 문구 작성은UX가 아니라 CX (customer experience) 라이팅으로 불러야 정확하겠지만, 국내 대부분의 UX라이터는 이를 겸하고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까지는 UX라이팅을 단순히 '개념'으로만 접근했는데, 확실히 '업무'의 영역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에 맞는 타당한 감각이 생기려면··· 빨리 실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렇다면 전환율은 어디에서 생길까? 전환율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은 간단하다. 바로 "나는 언제 버튼을 누르는가?" 를 생각해보면 된다. 여기에서 강사님은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밸류\베네핏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무언가를 배울 때 머릿속에 끊임없이 의문을 떠올리고 생각을 더듬어 나름의 답을 찾아보는 타입이다. 그때 했던 생각을 조금 옮겨보자면 이렇다.
예를 들어 이벤트 알림 메시지를 보낸다고 하자. 이벤트명이나 이벤트 컨셉 또한 중요한 요소겠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요소들은 이벤트의 '혜택'보다 사용자 전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다. 사용자는 언제나 베네핏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푸시 메시지에서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전환율이 오른다.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것. 사용자의 의지와 욕망을 충족하는 것을 좀 생각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에게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지 말고,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까지 전달해야 한다는 것. 이는 사용자의 욕망을 한 발 앞서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입장을 바꾸는 일에서만 그치지 않고, 텍스트를 작성하기 전 사용자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라이팅은 공급
자와 사용자 사이의 고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뿐만아니라 '담백하게 쓰는 것'도 전환율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 기억난다. 과장된 표현이 가득한 문구를 보면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 문구를 온전한 사실로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축약해서 말하자면 '오바하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령 알리바바에서 보낸 전품목 100원! 이라는 푸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자. 사용자중 몇이나 그 메시지를 사실로 여길까? 아마 대부분 과장된 광고라고 생각하고 무시할 것이다. 그러니 담백하게 써야 사용자의 거부감과 불신은 사라질 수 있다.
이외에도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메인 버튼의 기능은 달라져야 하고, 사용자 부담을 최소화해야한다는 것까지 배웠다. 분명 UX라이팅 관련 도서를 읽을 때도 보았던 내용인데, 강사님이 직접 사레까지 가져와 말로 설명해주시니 이해가 더 잘 됐다. 5시간 동안 열강을 해주셨던 강사님 최고~!
2시간 가량의 라이팅 강의를 끝내고, 이번에는 실습을 하는 시간이었다. 실습은 기초 실습 4개와 심화 실습 1개로 이루어졌고, 기초 실습에서는 캡쳐 화면 내의 문구를 고치는 시간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강의를 들으며 좀 아쉬웠다. 너무 실습 - 피드백을 하는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서 문구를 쓰면 잘 쓸 것 같았는데, 5분 내에 현재 캡쳐본의 문제점, 가설 설정, 개선안까지 모두 작성하려니 시간이 모자랐다. 그 와중에도 나보다 문제점을 잘 찾고, 개선안을 잘 쓰는 분들이 계셨다. (제발 현직자셨으면 좋겠다.)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는 기억이 나지만, 다 옮기기에는 유출 위험이 있어 가장 큰 인사이트를 얻었던 문제만 하나 소개하려 한다.
콜택시 서비스 <타다>에서 보낸 푸시 메시지가 문제였고, 난 이렇게 고쳤다.
ㅇㅇ님, 오늘도 수고했어요!
오늘은 타다로 편하게 이동하는 건 어떨까요?
내가 원 텍스트에서 발견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님"이라고 덩그러니 남겨진 호칭이 어색했다. 최근 한국어 UX라이팅 관련 아티클을 읽었는데, 해외에서는 사용자를 YOU라고 지칭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게 어렵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신'을 쓰자니 예의가 없어 보이고, '귀하'를 쓰자니 너무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 같고, '여러분'을 쓰자니 사용자 개인을 지칭하는 데에는 어색함이 있었다. 그래서 국내 서비스들은 대부분 계정을 생성할 때 사용자가 지정한 닉네임을 부르거나, 본명을 부른다고 했다. 그래서 이 문구 또한 사용자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망설이지 말라"는 서술어도 어색했다. 대체 사용자가 무엇을 망설이고 있다는 건가? 사용자의 현재 상태를 '함부로 추측'하는 것에서 모자라 행동을 '강요'까지 한다는 사실이 눈에 제일 걸렸다. 그래서 타다를 이용하는 목적인 '이동'에 대해 초점을 맞췄고, 강압적인 서술어를 빼고 '수고했다'는 말을 넣어 사용자의 감정을 고려하려 했다.
피드백은 시간이 모자라 몇 명의 개선안을 본 뒤 짧게 진행됐는데, 강사님이 내 텍스트를 말씀하시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속으로 '이쯤하면 괜찮은 것 같은데...' 라고 판단했지만, 역시 오산이었다. 강사님은 내 개선안에 '서비스에서 이 메시지의 목적을 조금 더 보이는 게 좋을 것이다' 라는 코멘트를 남겨주셨다. 오늘도 수고했다는 말이 기분좋게는 들리겠지만, 메시지가 제안하는 내용 (오늘 타다를 통해 편하게 이동해보세요) 를 두괄식으로 앞으로 뺐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UX라이팅이 어려운 이유는 사용자 감정, 행동 유도와 같은 여러 의도 중 하나를 챙기면, 다른 하나가 탈락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사님의 정확한 피드백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여태까지는 기존 문구를 고쳐보기만 했지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받게 되어 기쁘고 내 쓰기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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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 실습에서는 <애니맨> 이라는 서비스의 라이팅을 개선했다. 애니맨은 처음 들어보는 서비스였는데, 숨고처럼 전문가에게 필요한 일을 맡기는 온디맨드 서비스였다. 전문가에게 청소를 맡기는 워크플로우를 개선하는 것이 과업이었고, 그만큼 기초 실습에 비해 시간도 넉넉하게 주어졌다.
워크플로우 하나를 통째로 맡아 작업해보는 것은 당연히 처음이었는데,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다. 기초 실습이 당장 하나의 텍스트에서만 문제를 찾고 개선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에는 이전 화면과 다음 화면을 고려하며 텍스트의 톤을 일관화하고, 공급자와 사용자 양측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판단해야 했다. 비록 연습일 뿐이었지만 서비스 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시야를 가지고 라이팅을 하니, UX 라이팅이 단순히 문구를 고치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 흐름을 디자인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때 내가 만든 개선안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실습 시간이 끝나고 강사님이 모범 개선 사례를 보여줄 때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이 머릿속에 자꾸만 맴돌았다.
특히 아쉬웠던 부분은 이 화면이었다.
나는 원본 워크플로우에서 가이드 텍스트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대신 타이틀을 질문형으로 바꾸어 사용자가 정확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게끔 개선했다. 분명 꽤 간결하게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강사님이 보여준 우수 사례는 다음과 같았다.
"어떤 물품을 청소할까요?" , 이 문구는 내가 쓴 "청소가 필요한 물품이 뭔가요?" 보다 한 어절이 더 적었다. 사소하지만 어마무시한 차이처럼 느껴졌다. 나는 분명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물론 우수 사례 대부분이 내 라이팅보다 조금 더 깔끔하고, 정확했지만 이 부분은 유독 뼈아픈 실수처럼 여겨져 기록한다. 앞으로 라이팅 연습을 할 때 더 디테일에 집중하고,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5시간 내에 강의도 듣고, 실습도 듣고, 피드백도 진행하다 보니 조금 짧게 느껴졌다. 이정도 퀄리티의 내용이라면 강의 회차나 시간을 더 늘려도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하루만에 후다닥 끝나버리니 아쉬웠다. 그래도 취준생 입장에서 많은 동력을 얻은 워크숍이었다. 이런 기획이 조금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제 다시 포트폴리오를 붙잡으러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