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리에 대해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방법이 있습니다
『인센티브 이코노미』(원제: Mixed Signals: How Incentives Really Work) 책의 저자 유리 그니지(Uri Gneezy)에 따르면, 인센티브란 "인센티브가 없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수단은 물질적 보상, 즉 돈이죠. 그렇다면 같은 금액을 사용하면서 인센티브 제도의 효과를 더 높일 방법이 있을까요? 인간 심리에 대한 행동경제학 연구는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사람들은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심리적 계좌(e.g. 돈을 얻은 출처나 지출 카테고리 등)에 따라 가치를 다르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50만 원의 현금 할인은 그렇게 커 보이지 않겠죠. 하지만 차를 사고 꾸미는 데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도 몇 천 원의 주차비가 아까워 유료 주차장을 피해 길가에 차를 세우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 이유가 자동차 구입비와 주차비가 심리적으로 다른 계좌에 속하기 때문이라면, 바로 그 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50만 원이라도 현금 할인 대신 무료 주차 쿠폰으로 지급하면 훨씬 큰 혜택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인센티브를 제시할 때, 성공하면 보상하겠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보상을 미리 제공하고 실패하면 반납하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동일한 금액이라도 이득보다는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심리 때문이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상상해 봅시다.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데, 복권 추첨 방식을 쓰기로 했습니다. 다음의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지 짐작이 되시나요?
1. 주차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복권을 나눠주고 추첨한다.
2. 주차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참여자를 대상으로 추첨하고, 만약 당첨자가 주차를 했다면 무효로 하고 다시 추첨한다.
실험 결과, 2번 방식이 더 큰 효과를 보였습니다. (맞추셨나요?) 사람들은 "예상된 후회"를 피하려는 심리가 있는데, 후회스러운 결과가 자신의 결정 때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탓할 수 있을 때 회피 심리가 더 강해진다는 점을 이용하는 전략입니다. 납득이 됩니다.
세 가지 방법 모두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센티브 제도의 설계자가 아니라 대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1번은 모르겠지만 2번과 3번은 미묘한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직장인이라고 했을 때,
회사에서 연초에 인센티브를 미리 주고, 연말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반납시킨다?
매일 회사에서 전체 직원 대상으로 복권 추첨을 하고, 당첨자가 주차를 했다면 취소한다? 취소된 사람이 나일 수 있고, 나 대신 당첨된 사람이 옆자리 동료일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저자가 주차장 복권 인센티브 방식을 처음 제안한 곳은 유명한 자선단체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재단에서 주차장 사용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 요청을 했고, 그에 대한 답으로 나온 안이었다죠. 하지만 결국 '직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다'는 이유로 채택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다른 회사가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데, 그 회사는 (책의 설명만으로 명확하지는 않지만) 워크숍을 주최하고 공간을 제공하는 회사인 것 같습니다. 추측이지만, 워크숍이라면 참석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거나 일회성 만남이 많을 것 같네요.
선한 행동에 금전적인 보상을 지급하지 않아도 괜찮다 정도가 아니라 그런 보상이 오히려 선한 행동을 줄일 수도 있다고 하면 믿기시나요?
헌혈이라는 행위는 자기만족뿐만 아니라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사회적 신호를 보낸다는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헌혈의 대가로 돈을 주게 되면, 동기는 의심받고 사회적 신호는 약해집니다. 헌혈했다는 사실이 은근히 혹은 대놓고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게 되는 거죠.
대신, 돈을 버는 수단으로써의 성격이 강해집니다. 실제로 1970년대 리처드 티트무스의 연구에 따르면, 혈액 기증자에게 현금을 지급한 미국에서는 (보상하지 않은 영국에 비해) 돈이 필요한 마약 중독자들이 더 많이 헌혈했고, 그 결과 혈액의 질도 낮았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이해한다면, 사회적 신호를 배가시킬 수 있는, 헌혈 마크가 찍힌 볼펜 같은 작은 선물이 돈보다 훨씬 강력한 보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넛지스러운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없는 인센티브를 설계하려면 결국 인간의 본성과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리 그니지, 『인센티브 이코노미』, 안기순 옮김, 김영사(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