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을 좋아하는 신입의 일하는 법 연습기
며칠 전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무실은 조용했고, 시스템은 이미 잘 짜여 있었다.
처음엔 좀 멍했다.
들어보지 못한 용어들이 오갔고, 모든 일이 매뉴얼대로 흐르는 게 오히려 낯설었다.
서류를 올리고, 결재를 받고, 다시 수정하고.
무언가를 익히기 전에 절차부터 배우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일까.
첫날은 꽤 혼란스러웠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막연한 공포도 느꼈다.
잘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틀째가 되자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절차를 완벽히 알아야만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하다 보면 익혀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이건 시험이 아니라 그냥 일이니까.
예전 회사에서 자기 이모티콘을 정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팔레트’를 골랐다.
이상을 좇는 사람이고 그걸 현실로 그려보겠다는 의미였다.
지금 생각하면 일을 너무 숭고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의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버티지 못했고,
막상 마주한 현실이 내가 상상한 모습과 다르면
그만두는 쪽을 택했다.
그게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항상 좋은 선택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이번엔 좀 다르다.
특별하지 않은 일에도 의미를 억지로 찾지 않고
대단한 성과가 없다고 실망하지도 않는다.
그냥 해보는 쪽을 택했다.
하다 보면 뭐라도 하나 남겠지.
하다 못해 공문서 같은 말투라도 익히게 될지 모른다.
이제는 일을 통해 자아를 찾으려는 기대는 내려두었다.
일은 일이고, 나는 그 바깥에서도 나를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게 회의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희망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인사가 좋아 보였던 시기를 지나
작고 반복적인 행정의 구조 속에서
조직과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이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더 현실적인 인사담당자가 되어가고 있다고 믿는다.
여전히 인사라는 일을 하고 싶고,
그래서 지금 이 일을 버티는 중이다.
오늘은 그렇게 하루를 마쳤다.
예전보다 느린 속도지만 훨씬 선명한 방향으로 걷고 있다.
괜찮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