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의 주주서한
얼마 전 읽은 불변의 법칙 서문에는 내 머리에 깊이 각인된 말이 있다.
"1000개의 평행우주가 있다면 그 중 999개에서 부를 쌓을 줄 아는 사람이 돼라. 그저 운이 좋아 50개의 평행우주에서 부자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행운은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만일 인생을 1000번 산다면 그중 999번의 인생에서 성공을 이룰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업가이자 투자자인 나발 라비칸트의 말이다.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을 읽으며, 워런 버핏이야 말로 1000개의 평행 우주가 있다면 그 중 999개에서 부를 쌓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워런 버핏은 뛰어난 메타인지와 예측의 단순화를 통해 이를 달성한다.
메타인지와 예측의 단순화
워런 버핏은 자신이 잘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변수에 집중하고, 해당 변수에 대한 예측이 성패를 가르는 것에 투자한다. 버핏에게는 반도체나, IT의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고 낯선 것이다. 그러나 버핏에게 소비자의 취향이나 특정 산업의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회사의 장래성을 판단하는 것은 쉽고 명확한 것이다. 버핏은 소비자에 대한 해자를 가진 회사들, 예컨대 코카 콜라나 시즈캔디 투자했고, 철도 회사들의 독점력이 강화될 때 철도회사에 투자했다. 또한, 애플에 투자할 때도, 애플의 기술이나 디자인을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아이폰을 사기 위해 자동차 구입을 미루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투자했다. 닷컴 버블이나 각종버블 시기마다 버핏의 포트폴리오가 일시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나 승자는 버핏이었다.
또한, 버핏은 장기 투자를 통해 변수를 줄인다. 전세계가 연결되고, 각 종 자산 거래가 쉴새 없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자산의 가격에 요인을 미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버핏은 장기 투자를 지향하여, 가격의 변동성으로 인해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을 방어한다. 버핏은 언제나 말한다. "미스터 마켓은 변덕 스러우나, 뛰어난 경영자가 경영하는 생산성 높은 기업은 그 생산성에 맞는 이익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버핏은 몇 가지 성공적인 투자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반복했다.
성공 공식의 반복
버핏은 이전에 성공한 투자 공식을 반복하여 자본의 스노우볼을 만든다. 버핏의 주요 투자 형태는 크게 1) 회사의 잉여 현금을 활용한 투자, 2) 훌륭한 경영자가 경영하고, 해자를 구축한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 3) 특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한 거래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가이코 투자를 통해, 회사의 잉여 현금을 배분하여 복리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한 후, 잉여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투자를 선호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몇 개의 케이블 방송 사업자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이후, 유사한 투자를 계속하였다. 버핏이라고 모든 투자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으나, 실패한 투자에 대해서는 교훈을 얻고 이를 다음 투자에 반영하기도 한다.
버핏은 지금의 버크셔헤서웨이의 모태가 된 직물 회사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산업이 구조적으로 쇄락할 때라면 아무리 경영자가 뛰어나고 훌륭한 회사라도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항공상에 대한 투자를 통해 동질의 상품을 파는 기업이 다수 포진한 비규제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의 폐해를 깨닫기도 했다. 이후 버핏은 특정 회사나 산업에 대해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며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경쟁의 과열을 수차례 언급했다. 버핏의 성공은 이런 기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과 끊임없는 회고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대한 교훈
지금이 아니더라도 난 분명 좋은 기회를 찾을 것이고, 때를 기다리면 된다는 태도가 덧없는 욕망과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실수를 줄인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사람은 불확실한 한 번의 투자에 섣불리 모든 것을 걸지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한 번에 모든 걸 베팅하는 사람이 자기 확신이 뛰어나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저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생각하는 자기 확신이 없는 사람일 때가 많다. 본인에 맞는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버핏은 자기 확신이 누구보다 뛰어나 보인다. 그렇게 자기 확신이 뛰어난 버핏도 실수를 한다. 다만, 실수 뒤에는 솔직히 이를 고백하고 반성한다.
그런 면에서 버핏의 주주서한은 버핏의 년간 회고 같았다. 투자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업적을 달성했고, 누구보다 넓은 식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주주서한에서 언제나 본인의 부족함과 실수를 이야기하고, 새롭게 얻은 교훈을 이야기한다. 버핏의 자산 뿐만아니라 버핏의 지혜도 복리 처럼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