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 속의 소음

2025 동국대 백일장

by 오리

사회는 무음이다.

사회는 학습을 강요하며 무음일 것을 요구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검은 마스크를 씌운다. 그리고 등을 두드리며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를 요구한다. 그럼 기저귀를 찬 아이는 뒤뚱뒤뚱 걸어가며 말없이 생활하는 법을 배운다.

진수의 어머니는 특히 무음을 강요했다. 진수는 살면서 소리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진수는 말을 할 줄 몰랐다. 학원에 가라면 갔고, 시험을 보라면 봤고, 취직을 하라면 바로 일을 잡았다. 진수는 단 한 번도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다. 그는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그저 맑고 투명한 눈물이 마스크 위를 지나가게 허락한다. 그는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 그저 학습한 대로, 눈꼬리를 내리고 눈을 가늘게 뜬다. 이것은 사회가 정의한 눈웃음이었다.

사람들은 진수를 존경한다고 적었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알려준 문장을 그의 앞에서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었다. 아이들은 심지어 진수의 이름도 몰랐다. 진수는 그럴 때마다 그가 학습한 눈웃음을 보여주며 사인을 해주었다. 마스크 안의 입꼬리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진수는 요즘 출근하며 아픈 사람들, 정신 이상자들을 많이 본다.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다.

그는 생각한다. ‘난 정말 다행이야. 저런 사람이 아니라서.’ 진수는 마스크 안에서 저들을 한껏 비웃는다. 무음이란 규칙은 따르기도 쉽고, 생각이 필요 없다. 쉬운 길을 저버리고 외딴 오솔길을 택하다니! 바보들 아닌가.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을 본다. 진수는 자신의 검은 정장을 고쳐 입고, 마스크를 만진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정신 이상자 무리는 시끄럽게 소리를 낸다. 그들은 이상하다. 저들끼리 떠들며 일부로 의견을 만들고, 충돌한다. 자신들이 만든 농담을 던지며 웃는다.

어느 날, 출근하던 도중 진한 빨간색 셔츠에 노란색 테니스 치마를 입은 여자가 그에게 말을 건넨다. 여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에 진수는 피하기로 결심한다.

“할 말 없어요?”

무채색의 사회에 강렬한 빨간 페인트 통을 엎는다. 진수는 처음으로 당황한다. 할 말이 있는가? 없다. 학습된 사실을 말해달라는 건가? 처음으로 진수는 질문 속에서 답을 잃었다.

“내 이름은 솔지예요. 자주 봐요.”

여자의 미소는 밝은 해바라기 같다. 진수는 끝내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자리를 피한다. 모욕적이다. 정신 이상자는 답을 안다. 나는 모른다. 할 말? 무얼 말해야 하지? 내 안에 대답은 가득하다. 그러나 질문은, 물음표를 단 것들은 없다. 진수는 내일 솔지에게 ‘할 말‘을 전하겠다고 결심한다.

“또 보내요? 오늘은 할 말 있어요?”

솔지의 목소리는 불협화음이지만 조화롭다. 진수는 우물쭈물한다. 솔지는 진수의 마스크를 벗긴다.

“왜… 무음이 싫어요?”

사회 안에서. 그의 굵고 상한 목소리가 퍼진다. 솔지는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당당하게 말한다.

“이름이 뭐예요?” 갑자기 솔지가 묻는다. “진수.” 그가 대답한다.

솔지는 자신만의 농담을 던진다. 진수는 그 웃음을 흉내 내려한다.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솔지는 진수에게 농담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진수는 농담을 만들고 소리 내어 웃는다. 둘의 웃음소리는 섞인다. 회색 보도블록 속에서 색깔이 자라난다. 아름답다.

진수는 이제 말을 할 줄 안다. 진수는 솔지와 농담을 만들고, 토론하는 것을 즐기게 된다. 그는 이방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진수의 마스크는 더 이상 주머니에서 나오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무음 사이에서 소리가 핀다.

사회는 무음을 좋아한다.

진수는 무음이 아니다.

진수는 입꼬리를 올리고 소리 내어 웃는다. 무음인 사회에 소리를 선사한다.



당신은 무음을 고수하고 있는가? 소리를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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