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다행이다
나는 94년생, 32살이자 8년차 영어강사이다.
대학은 국립대학교 중 하나를 졸업하고, 학과 역시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정해야 했기에 고등학교 3학년, 성적에 맞춰서 진학했다.
졸업의 길에서 당연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는데 4학년 말, 나는 그 일을 평생할 자신이 없었다.
그저 취업에 유리하니까, 가족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바래서 학과선택을 했었는데,
대가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집안에서 가족의 영향이 없는 선택이란 하기가 참 어려웠다.
누군가는 핑계가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가정사가 복잡한 터라 19살의 나는 어른들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 했다.
결국 졸업장 까지 따냈지만,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하진 못했고 취업의 길에서 나는 선택을 해야했다.
정말 자격증을 따야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이라도 해볼까.
2017년 2월 졸업 후 두달 뒤인 4월, 결국 해보고 싶었던 일을 아르바이트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당시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24살이어서, 당장은 취업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또 그 당시에 공무원 붐이라 가족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했다.
때문에 겉으로는 수험서를 사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3시간 아르바이트로 영어학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2017년 당시 시급은 7,000원 정도였는데 원장님이 좋게 보신 덕에 다음달 바로 8,000원으로 올려주셨고,
하루에 버는 돈이 2만원 남짓, 한달에 버는 돈이 30만원이었을지 언정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행복했다. 더욱이 어릴적부터 좋아했던 영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되어서 더더욱 행복했다.
그렇게 11개월을 전임 선생님을 보조하는 역할로 파트를 시작했는데, 현재의 남편을 만나 같이 살게 되면서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
그 다음해인 2018년, 여전히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전 학원의 원장님의 연락으로 전임 제의를 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공부 중이었는데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전임 강사를 그것도 입사 지원이 아닌 전임으로 와달라는 제안에 심장이 두근거렸었다.
꽤나 오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현재의 남편이 '남들이 원하는 직업을 하지 말고, 본인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해라.' 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분명히 가족들은 좋아하지 않을 선택과 결정이었다. '영어는 누구나 다 해', '요즘 영어 못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등의 이야기를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남편의 조언대로 그들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고,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과
용기가 생겨 전임 제안을 수락했다. 2018년부터 전임 강사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업을 진행하며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다.
왕복 2시간의 거리를 통근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출근길이 설렘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가서 어떤거를 할까, 어떤 자료를 만들까, 어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하는 등의 즐거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주말에 스스로 시간을 내서 특강 자료를 만들고 원장님께 보내드리며 특강 고민하고 계시던 원장님의 고민을 해결해드리니
원장님이 정말 좋아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또, 나는 수업과 일에 대한 열정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어 매우 행복했다.
그렇게 남들은 아직 취업준비생이었을지 모를 2018년 25살의 나는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