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어머니의 밥상, 그리운
며느리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명절이었다. 시댁은 전라도 완도에 있었고, 명절이 되면 밤새 운전해 새벽 첫 배를 타고 30분을 더 가야 했다. 아침 8시 전에 도착하면 어머님께서 따뜻한 아침밥 한 끼를 차려주셨다.
어머님이 해주셨던 맛있는 음식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산낙지회다. 살짝 익힌 낙지를 새콤 달콤 절인 무생채나 호박을 넣어서 만들어주신다. 분명히 자식들이 오는 명절을 위해서 갯벌에 몇일날 나가 낙지를 잡았을 것이다. 그렇게 매일 잡은 낙지를 바로 얼려서 아들이 오는 아침 밥상에 차려 놓으신다.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담긴 밥상을 당연한듯 먹었다. 우리는 떠나신 후에다 그 허전함을 알았다. 물론 그때도 감사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그 시간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 생각든다.
완도에서는 물때가 맞으면 아이들과 함께 갯벌에 나가 낙지를 잡곤 했다. 어머님은 낙지가 숨은 구멍을 찾는 법을 가르쳐 주셨지만, 우리는 끝내 그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 대신 어머님이 잡은 낙지 다리를 잘라 아이들 입에 넣어 주셨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해산물을 좋아한다. 할머니와 갯벌에서 먹었던 낙지의 맛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다.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함께.
아버님과 어머님의 기일은 단 이틀 차이다. 음력 7월, 자식들이 모이기 좋은 날로 정해두신 것만 같다. 그날이 되면 어김없이 장에서 낙지를 사와 어머님의 손맛을 흉내 내며 낙지회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어머니의 추억 속에서 다시 하나가 된다.
낙지회를 어느 정도 먹고 나면 큰 양푼에 밥을 넣고 낙지회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머님과의 추억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어머님이 남기신 가장 큰 유산은 자식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신 것아닐까. 우리는 또 이렇게 모여 낙지회 이야기로 시작해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하나둘씩 꺼낸다.
낙지 호박 초무침재료
낙지 3마리
애호박 2개
양파 1/2개
홍고추 1개
애호박 데칠 때
소금 1 큰 술
양념
설탕 3 큰 술
소금 1/2 큰 술
식초 4 큰 술
매실청 2 큰 술
고춧가루 1 큰 술
낙지 호박 초무침 조리 순서
1. 낙지는 소금 1 큰 술 또는 밀가루 2 큰 술을 넣고 박박 문질러서 씻는다.
2. 애호박은 채 썰어서 소금 1 큰 술을 넣고 데친 후, 양파를 채 썰고, 홍고추 썰어서 소금 1/2 큰 술을 넣어서 버무려둔다.
3. 낙지는 소금 1 큰 술에 끓는 물에 한번 데친 후 물기를 제거한다. 낙지를 넣은 후 물이 끓으면 꺼내면 된다.
4. 낙지와 애호박을 넣고 설탕 2 큰 술, 소금 1/2 큰 술, 식초 4 큰 술, 매실청 2 큰 술 넣고, 마지막에 고춧가루 1 큰 술을 넣고 버무리면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