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갔나 보다.
장미가 졌다. 봄이 갔나 보다.
한동안 곳곳 어딘가의 창가를 수놓던 붉은 꽃잎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그 끝에 남은 잎들도 선바람에 조용히 흣날린다. 선홍의 장미가 차지하던 계절은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비우는 듯 보인다.
햇살도 달라졌다. 따뜻하다기보다 눅눅하고 금빛이라기보단 흐릿하다. 오후가 길어질수록 하늘은 묘하게 탁해지며 구름은 점점 눅진한 색으로 변해간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밝은 색에서 차분한 톤으로 바뀌는 듯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무언의 알 수 없는 출처의 신호를 받은 것 마냥.
나도 다르지 않다. 활짝 피어 있던 것들이 찬찬히 저물어가는 시간인가. 말없이 닫힌 뒷모습과 서두르는 발걸음처럼 다시 피지 않을 것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게 어쩐지 익숙해서 조용히 받아들이게 되는 변화일지도. 변해가는 건 날씨뿐인 줄 알았건만.
장미는 졌고 봄은 갔다.
장마가 오려나보다.
#글 #장미 #장마 #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