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은혼을 지나,

4월 30일

by 김귀자

27년전 오늘.

그날은

결혼전야였다.

시집을 간다는 것이

많이 어색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련하다.


십대에 처음만나

30대에 결혼했다.


남편은 충분히

잘해주었고,

설렜고

행복했다.


세월이 지나고

어쩌다보니

지금은 데면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부부다.


브런치 작가 된 것을

가장 많이 응원한

당신이다.


남편은

평생토록

구독을 하지 않을 테니

마음 껏 쓰라고 했다.


오늘

처음으로

남편에게 미안했다.

'너무 썼다.'


작가정신만 있고

남편을

배려하지 않고 썼다.

하지만 쓰면서

모두 잊었다.

나도 이제 뒷끝이 없다.


오래도록

함께 했지만

다시 신혼이 됐다.

둘만 있는 집은

조용하다.


사랑일지

의리일지

모르지만


허니문

실버문을

지났다.


앞으로

골드문까지

함께하기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9화119. 무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