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중심 인사 ‘조직과 개인의 성장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불확실한 경제,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을 찾다
2025년 한국 기업들은 전례없는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IMF는 203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15위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1990년 이후 4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수치 하락을 넘어 우리 사회와 기업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기업은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과 같은 ‘방어적’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의 변화를 기민하게 포착하는 '감지력(Sensing)', 자원과 강점을 집중하는 '집중력(Focusing)', 그리고 구성원의 몰입과 실행력을 극대화하는 '추진력(Energizing)'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열쇠가 바로 ‘Talent Management 방식의 전환’이다
기업과 구성원, 성장과 성과라는 공통 목표
오늘날 기업은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원한다. 반면 구성원은 자신의 성과와 역량이 공정하게 인정받고, 전문성을 발전시켜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한다.
흥미롭게도 두 욕구는 ‘성장과 성과’라는 동일한 지점에서 만난다. 그러나 기존의 ‘Bean Counter’식 접근(콩알을 세듯 인력 수와 비용만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이 간극을 메우기 어려웠다. 인재를 ‘비용’ 관점에서만 바라본 결과, 직무의 전략적 가치나 인재의 잠재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조직의 민첩성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상한 것이 'Car Guy'식 접근(자동차 업계에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현장 전문가처럼 업무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방식)의 직무중심 인사다. 즉, ‘어떤 일이 필요한가?',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하는 이 접근법은 조직에게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구성원에게는 전문성과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1) 인재관리 기반: 직무와 스킬 중심으로
직무중심 인사의 첫 번째 변화는 인재관리 기반의 전환이다. 기존처럼 “어떤 사람을 뽑고, 자리에 앉힐까?” 라는 사람 중심에서 벗어나, 현재는 직무의 본질과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직무를 기반으로 한 인재관리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더 작은 ‘스킬’ 단위로 쪼개어 필요에 따라 재조합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구글은, 직무를 기능(Function)별로 나누고 세부 전문영역(Class)을 설정하지만, 직원들은 여러 기능과 영역을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필요한 스킬을 빠르게 조합해 프로젝트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함으로써,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2) 인재운영 방식 :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두 번째 변화는 인재운영 방식이다. 직급이나 연차가 아닌 성과와 역량에 따른 운영이 핵심으로, 선도 기업들은 직급별 표준체류기간을 폐지하고 실질적인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등급을 매기는 판정 도구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피드백과 코칭을 통해 구성원의 성장을 촉진하는 도구로 변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직적 승진 외에도 전문성 심화를 통한 수평적 성장 경로가 마련되어,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경력개발 옵션이 제공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스킬 기반 보상’의 확산이다. 직무수행 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차별화된 보상을 제공하는 체계로, 시장에서 수요가 높고 희소한 스킬에 추가 보상(Skill Premium)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구성원들의 역량 개발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조직의 핵심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으로 작용한다.
3) 인재육성 방식 : 개인 맞춤형 경력 개발과 전문성 심화
세 번째는 인재육성 방식의 다변화다. 기존의 직급 또는 역할 등의 획일적 집체교육에서 벗어나, 개인 맞춤형 경력개발 프로그램과 자기개발계획을 고려하여 진정한 전문가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접근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는 한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STEP(Samsung Talent Exchange Program)을 통해 국내외 법인의 우수인력을 선발해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한다. 이러한 제도는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인재의 시야와 역량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기업들은 미래 요구되는 스킬과 현재 보유 중인 스킬 간 격차(Skill Gap)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16주간 집중 교육을 통해 Non-R&D 인력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전환시키는 리스킬링(Re-Skilling)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였으며, 오라클은 AI를 활용해 직원의 스킬을 실시간 분석하고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혁신은 단순한 인재육성을 넘어 조직과 개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직무중심 인사, 기업과 개인의 성장 나침반으로
직무중심 인사는 기업에게는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와 효율적 인력 배치, 성과중심 문화를 제공한다. 반면 구성원에게는 경력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설계하고 도전하는 주도권을 부여한다. 즉,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과 성장의 동기는 개인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구성원을 바라보는 시각을, 구성원은 자신의 일에 대한 태도를 함께 변화시켜야 한다. '나는 어떤 일을 가장 잘할 수 있으며, 그것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업과 개인이 함께 답을 찾아갈 때, 직무중심 인사는 진정한 '성장의 나침반'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韓 GDP 순위 지난해 12위 → 2030년 15위
일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스킬 중심 HR rethinking
삼성전자,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 추진
SW개발자로 두번째 커리어 시작, LG전자 ‘리스킬링 프로그램’
AI시대의 업스킬링과 리스킬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