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지옥을 버티기로 했다-10
내 민사소송은 참 오래 걸렸다.
2023년 12월 20일 소송을 제기한 이래 첫 조정기일이 작년 5월쯤이었고, 변론기일은 작년 10월, 판결은 12월이 났다. 총 1년 정도 걸린 것이다. 그동안 많은 서류들이 오갔고 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졌다.
민사소송이 오래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임대인의 부재였다. 임대인은 법원이 발송한 서류(변론기일통지서나 판결선고기일통지서 등)를 한 번에 받지 않았다. 일부러 안받는 것인가. 그야말로 잠수였다. 그래서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내 문자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구속된건가? 더욱 답답한 건 임대인의 폐문부재에 법원이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민사가 형사처럼 강제성이 없고 처벌이 주목적이 아니라지만 문서만 보내다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아 씁쓸하다.
결국 나만 애가 탔다.
이후 소송 과정도 애가 타는 순간들 뿐이었다. 작년 5월 조정기일. 임대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자로 항의를 하니 목포로 출장을 갔단다. 도피지 무슨 출장이냐라고 일갈하고 싶었지만 문자로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자료를 남기기 위함이라 참았다. 또 조정기일엔 강제성도 없어서 엄연히 따지면 불법은 아니었다.
같은 해 10월엔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인천 부평구에서 미추홀구로 약 1시간(대중교통 기준)이 걸린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더니, 벌써 끝났다고 했다. 10개월이나 기다린 첫 변론기일이 10분 만에 끝났다. 민사소송은 대체로 다툴 여지가 없어 빨리 끝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끝내면 어떻게 하나.
변호사도 답답할 지경이라고 했다. 어쩌겠나. 점심을 먹으면서 낮술을 했다. 맨 정신에는 못들어갈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걸었다. 한 5~6km를 걸었던 것 같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법이 날 도와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특히 민사소송으로는 그저 집에 대한 권리를 얻는 것일 뿐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현재는 형사소송을 제기할지 고민 중이다. 임대인의 유죄가 100% 인정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고민을 하게 만드는 원인은 법에 당해왔던 일들 때문이다.
법이 날 지켜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피해 사실이 명확한데 임대인의 답변서를 일부 인용한 것도 그렇고 집을 점유하고 있는게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쓰인 판결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가 날 뿐이다. 법은 가까이에 있다는데, 도대체 어디있는건지 모르겠다.
큰 마음을 먹고 형사소송을 했지만 만약 무혐의가 나온다면 나만 시간과 노력을 쓴 것 아닌가. 또 나만 외로운 순간들이 올까바 주저하고 있다. 조만간 결론을 내야겠지. 내가 해야할 일들을 하는게 맞지만 어떤 것들을 해야하는지 헷갈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