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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문부재, 넌 어디에 있는 것이냐

전세사기, 지옥을 버티기로 했다-10

by 교진 Mar 07. 2025

내 민사소송은 참 오래 걸렸다. 


2023년 12월 20일 소송을 제기한 이래 첫 조정기일이 작년 5월쯤이었고, 변론기일은 작년 10월, 판결은 12월이 났다. 총 1년 정도 걸린 것이다. 그동안 많은 서류들이 오갔고 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졌다. 


민사소송이 오래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임대인의 부재였다. 임대인은 법원이 발송한 서류(변론기일통지서나 판결선고기일통지서 등)를 한 번에 받지 않았다. 일부러 안받는 것인가. 그야말로 잠수였다. 그래서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내 문자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구속된건가? 더욱 답답한 건 임대인의 폐문부재에 법원이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민사가 형사처럼 강제성이 없고 처벌이 주목적이 아니라지만 문서만 보내다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아 씁쓸하다. 

 

결국 나만 애가 탔다.


이후 소송 과정도 애가 타는 순간들 뿐이었다. 작년 5월 조정기일. 임대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자로 항의를 하니 목포로 출장을 갔단다. 도피지 무슨 출장이냐라고 일갈하고 싶었지만 문자로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자료를 남기기 위함이라 참았다. 조정기일엔 강제성도 없어서 엄연히 따지면 불법은 아니었다.


같은 해 10월엔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인천 부평구에서 미추홀구로 약 1시간(대중교통 기준)이 걸린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더니, 벌써 끝났다고 했다. 10개월이나 기다린 첫 변론기일이 10분 만에 끝났다. 민사소송은 대체로 다툴 여지가 없어 빨리 끝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끝내면 어떻게 하나. 


변호사도 답답할 지경이라고 했다. 어쩌겠나. 점심을 먹으면서 낮술을 했다. 맨 정신에는 못들어갈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걸었다. 한 5~6km를 걸었던 것 같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법이 날 도와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특히 민사소송으로는 그저 집에 대한 권리를 얻는 것일 뿐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현재는 형사소송을 제기할지 고민 중이다. 임대인의 유죄가 100% 인정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고민을 하게 만드는 원인은 법에 당해왔던 일들 때문이다. 


법이 날 지켜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피해 사실이 명확한데 임대인의 답변서를 일부 인용한 것도 그렇고 집을 점유하고 있는게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쓰인 판결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가 날 뿐이다. 법은 가까이에 있다는데, 도대체 어디있는건지 모르겠다. 


큰 마음을 먹고 형사소송을 했지만 만약 무혐의가 나온다면 나만 시간과 노력을 쓴 것 아닌가. 또 나만 외로운 순간들이 올까바 주저하고 있다. 조만간 결론을 내야겠지. 내가 해야할 일들을 하는게 맞지만 어떤 것들을 해야하는지 헷갈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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