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은 어려움과 시행착오까지가 여행
승무원들은 '일한다'라고 하지 않고, '비행한다'라고 한다. 내일 비행이 있다고 하고, 비행하기 전에 무슨 일을 했었냐고 묻는다. 우리는 이 직업의 속성 중에서도 만 피트 공중에서 떠다닌다는 것을 크게 생각하는 것 같다. 기체가 적정한 고도에 오르고 기내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구름 위를 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승무원들이 이착륙 시 앉는 곳을 크루씻(crew seat)이라고 하는데, 크루씻에 앉아서 구름 위를 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으면, 새삼 내가 나를 이 먼 곳까지 데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매번 설레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기뻤다. 한 달에 80시간에서 100시간씩 비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비행기는 매일 가는 회사처럼 익숙하고, 북적이는 공항도 건조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승객분들이 설레하는 모습은 유일하게 질리지도 않고 나에게 계속 감정을 불어넣어 주었다. 승객분들은 이착륙할 때 창밖의 풍경을 휴대폰에 담기도 하고, 도착할 여행지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나에게도 설레었던 첫 비행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그래 이런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서 승무원이 되고 싶었지 하고.
비 오는 날의 창이국제공항
그리고 승객분들의 다양한 어려움을 마주할 때가 있다. 탑승한 비행기가 환승편인줄 모르고 탔거나, 수속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거나 하는 등. 다만 승객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한 비행이 대략 300명의 승객이 탑승하기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면 대략 10분 내외로 언제나 노쇼가 난다. 우리는 비싼 항공권을 어떻게 놓칠 수가 있나 스스로를 자책할 테지만, 여러 가지 불가피한 상황으로 탑승하지 못하는 승객들이 매 비행 대충 10명은 있다. 그래서 항공여행에서 예기치 못하는 어려움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고,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 번은 인천에서 대만을 경유하여 싱가포르를 가는 항공편에 한국인 커플이 탑승한 적이 있다. 해당 항공편이 경유하는 걸 모르고 타셨다고 한다. 그분들은 싱가포르를 거쳐 발리까지 가는 긴 여정인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환승까지 하려고 하니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셨을 것이다. 한 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발권을 했는데, 환승 편에 대한 안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어딘가에 조그만 글씨로 명시되어 있을 확률이 커서 추후에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 다 끝나고 여행사에 연락해서 설명을 듣고 보상에 대한 시도를 해보시라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어딘가에 명시되어 있어서 환불을 받지는 못했다고.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있으며, 일단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발리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시라고 말씀드렸다.
여행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과 시행착오까지가 여행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 몸 건강히 돌아왔다면 그 여행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저비용항공사에서 근무하며 많은 것을 제공해드리지 못해서 항상 아쉬웠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던 진심만큼은 잘 전달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