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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Nov 24. 2024

싱가포르에 '살면' 안 좋은 점

싱가포르 올드 힐 스트리트 경찰서

첫 번째로 한국보다 물가가 비싸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가 6달러 6천 원이 좀 넘는다. 한국에서는 4500원 정도이니, 대략적으로 물가가 이 정도 차이가 난다고 가늠하면 된다. 호커센터라고 하는 서민들을 위한 음식점포가 모여있는 곳은 만원 정도면 식사를 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요리를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기도 하다니 보니 이러한 곳에서 삼시세끼 사 먹는 경우도 많다.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서 밥을 먹으면 인당 3만 원 정도 나온다. 특별히 고급스러운 곳이 아니고, 친구나 직장동료들과 일상적으로 식사할법한 곳의 가격이 그 정도이다. 그러니 식비가 부담이 되어서 서브웨이, 맥도널드, 스키야(규동 체인점. 일본식 김밥나라 같은 곳), 호커센터에서 치킨라이스 이런 것들을 돌려가며 먹게 된다. 그래서 식비도 많이 들었고 만족감이 낮았다.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다. 서울시보다 조금 큰 면적을 가진 나라로 많은 식재료들을 수입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올라가고 신선도도 떨어진다. 또한 싱가포르는 '종교의 용광로'라고 할 만큼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모여 산다. 종교적인 이유로 개인적인 신념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할랄이라고 해서 가장 간단하게 말하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싱가포르에서 한식을 파는 식당이라도 해도 김치찌개에 닭고기를 넣어주는 일이 흔하다. 어떤 식당에서 돼지고기를 파는 순간, 그 식당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꽤 큰 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에, 동남아지역 많은 식당들이 할랄식당인 경우가 많다. 마트에서는 냉동육이거나 신선도가 높지 않은 육류, 식당은 가격이 비싸고 할랄식당이 대부분이니 한국사람들이 싱가포르에 살면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단기간 놀러 가는 경우는 다른 나라 못지않게 맛있는 음식이 많으니 걱정할 것 없다. 삼시세끼 먹으며 거주해야 할 경우를 말한다. 



호커센터 음식들 (락사, 치킨라이스,  선택해 먹는 밥과 반찬)



이제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거주문제가 있다. 사회초년생이 싱가포르에 건너가 거주지를 구한다고 하자. 한국과 같은 원룸형태가 아니라, 다른 집의 '방 한 칸'을 렌트해서 거주하게 된다. 그 가격이 한국의 웬만한 원룸보다 비싸다. 월에 백만 원 생각하면 된다. 요리를 허용하지 않거나, 방문객을 허용하지 않는 집도 있으며, 집주인과 함께 살면서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데 월에 백만 원이라니. 열대기후 특성상 신축건물이 아니라면 주거지에 벌레가 아예 없는 집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순간 바퀴벌레를 보고도 더 이상 놀라 자빠지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싱가포르 생활에 많이 적응했구나 싶었다. 



그리고 국민의 80% 이상이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즉 나라에서 관리하는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한다. 나라에서 정기적으로 아파트단지 전체에 화장실공사, 엘리베이터 공사 등을 한다. 몇 달이고 극심한 소음이 있다는 뜻이고, 싱가포르는 주 6일 일요일만 빼고 공사를 한다. 그리고 노후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싱가포르 사람들은 정말 레노베이션을 많이 한다. 한집이 끝나면 다른 집이 한다. 싱가포르의 HDB에 살면서 레노베이션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도 기가 막혀서 동료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게 싱가포리언들의 라이프라고 한다. 그저 승인받은 공사안내서 한 장이면, 불평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공사안내서가 정말 너무 자주 붙어서 나중에는 이게 무슨 오징어게임 같은 서바이벌 쇼인가 싶었다. 니가 얼마나 버티나 보자? 하는. 많은 HDB가 노후화되다 보니 불가피한 레노베이션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나라에서 관리하는 잘 짜여 나온 HDB에 살다 보니 주거지가 획일적일 테고 자신만의 거주지로 단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 같다. 또한 동료의 말처럼 그저 많은 싱가포리언들이 주거지를 레노베이션해서 사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몇 년간 한시적으로 사는 외국인인 나의 입장에서는 싱가포르의 이러한 주거환경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HDB 레노베이션 공고문



그래서 결국 마음의 병을 얻었다. 반복되는 소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소음에 너무 과민해져서 신경쇠약이 걸렸다. 항상 소리가 차단되는 방음용 귀마개로 외부소리를 장기간 차단하고 살다 보니, 작은 소리에도 과민해졌다. 소음으로 인해 아픈 날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집 밖에 나갔던 기억, 계약 시 알려주지 않아서 갑자기 마주하게 된 몇 달간의 공사로 인해 급하게 이사해야 했던 일, 급하게 이사하는 바람에 이사했던 집에도 문제가 있었던 일... 그래서 지금도 작은 소음도 트리거가 되어 몸이 뻣뻣하게 굳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편으로 싱가포르에서 사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고, 이러한 소음 속에서도 별문제 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나는 이것이 지나치게 힘든 걸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잘하는 부분도 있고, 사람마다 힘들어하는 부분이 다르니, 나는 이런 쪽에 과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한국에 돌아와 이곳에서도 마침 어떤 호에서 레노베이션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가족도 옆에 있고, 한국의 레노베이션은 싱가포르만큼 무자비하지는 않다 보니 여러 가지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충분히 쉬면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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