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어낸 그릇은 흩어진 기억을 담는 자리다.
나는 흰빛 기물 속에 사라져가는 꿈과 감정의 조각들을 붙잡아 둔다.
디아스포라는 고향을 잃고 흩어진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나에게 그것은 내면의 기억과 감각들이 흩어지고 사라지는 경험과 닮아 있다.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흙으로 다시 빚으며,
상실은 새로운 질서로 세워지고, 흩어진 순간들은 따뜻한 삶의 풍경으로 되돌아온다.
흰빛은 그 모든 과정을 품어내는 언어다.
결과 온도, 표면의 미묘한 결림 속에 시간과 정서가 켜켜이 쌓여,
내 기물은 나에게 기억과 치유의 사물이 된다.
2025년 Blang Voyage 전시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