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네트]를 엄마가 팔았다.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책을 보내주는데, 나는 해외에 있으니 책을 엄마 식당으로 보냈다.
어제 책이 와서 요리조리 보고 있는데, 식사 중이던 손님이 무슨 책인지 물었다.
"우리 딸 단편 소설이 여기 실렸어요. 오늘 그 책이 왔네요."
엄마는 자랑이 무척 하고 싶었고 그 손님이 거기 걸린 거다. 엄마 카톡 이름이 "내 딸 책이 출간 됐어요."다. 얼마 전에 엄마랑 통화하는데, 이름이 내 딸 책이 출간됐어요, 여서 깜짝 놀랐다.
손님은 책을 좀 보여 달라고 했다. 책을 받아 든 그가, 책 표지를 뒤로 젖히자 엄마는 속으로 기겁했다고 했다. 나도 아직 못 읽어본 책인데, 그런 생각을 했다고.
"이거 얼마예요?"
"나는 가격 몰라요. 그리고 파는 거 아니에요."
그가 책 뒷면을 살피더니 "13000원이네요. 한 권 살게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다시 파는 게 아니라고 했다.
"첫 책이 나온 걸 봤는데, 사는 게 예의죠."
"이거 여자들 이야기고 복잡하다고 했어요. 취향이 아닐 거예요."
"아니, 나 다 읽을 거예요."
뭐 이런 대화가 손님과 엄마 사이에 오갔다. 결국 엄마는 책을 팔았다.
"우리 딸이 있으면, 사인이라도 해줄 텐데..."
책을 들고나가는 손님에게 엄마는 내가 거기 없어 아쉽다고 말했을 뿐인데, 만만치 않은 이 손님은 발길을 멈추고 엄마를 돌아봤다.
"그럼, 사장님이 사인해 주세요."
당황한 엄마와 달리 너무나 당당하게 사인을 요구하는 그의 기세에 눌려, 엄마는 펜을 들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근데, 뭐라고 쓰죠?"
"그냥 명희진 작가 엄마라고 쓰세요."
그래서 엄마는 '명희진 작가의 엄마입니다. 첫 책입니다.'라고 쓰고 그를 올려봤다.
"근데, 성함이?"
"고박사입니다."
그리고 엄마는 다시 펜을 놀려, '고박사님께.'라고 적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는 책을 팔아버렸네,라고 했고 고박사가 읽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책에 관한 몇마디를 주고 받았다.
"책 표지가 이쁘다."
나는 엄마가 보내준 사진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래 예쁘다니까. 예쁘게 잘 나왔어."
엄마는 책이 신기한지, 자꾸 예쁘다고 말했다.
"미친년처럼 밤에 돌아다니니까 지금 이렇게 날리는 거잖아. 그걸 표현한 거 맞지?
"아, 엄마.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