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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ley Aug 23. 2022

[문화산책] 큐레이터의 숙명, '돈' 이야기

입력 2022-08-23   |  발행일 2022-08-23 제15면

오늘은 이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에서 전시기획자가 마주하는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작가, 작품, 전시 주제나 공간 등 좋은 전시를 위한 다양한 필수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어찌 됐건 전시의 규모는 예산의 규모와 정비례하는 것이 사실이다.


갤러리, 사립미술관, 국공립미술관, 대안공간,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팝업 형태의 전시들까지 다양한 모습의 전시만큼이나 예산의 형태도 다양하다.

기업의 운영금, 국가나 지방행정의 예산 혹은 문화재단과 같은 지원공모금, 스폰서, 사비까지 전시의 주최와 성격에 따라 필요한 예산도 다양한 곳에서 온다. 일례로 필자는 한국 현대미술작가들의 해외전시 고군분투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텀블벅 플랫폼을 활용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중, 그러니까 관객이자 소비자에게 굿즈와 서비스를 제공해 필요한 예산을 구하기도 했다. 전혀 누구인지 모르고 알 수도 없는 대중과 지인, 가족에게까지도 도움을 구해 마련한 돈이었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더랬다.


현재는 대구미술관 큐레이터로 근무하며 기획하는 모든 전시는 대구시의 시비로 꾸려진다. 그렇다면 하나의 전시를 만들 때 필요한 예산은 어디에 가장 많이 들까? 전시 예산 대부분은 전시의 주인공인 작가에게 섭외료, 작품대여료, 작품제작비 등의 명목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적어도 국공립미술관에서 지역작가, 젊은 작가 지원과 같은 '작가' 중심의 전시가 매해 진행되고 문체부에서 2022년 2월 개정한 '미술 창작 대가 지급 기준'에 따라 소정의 예산이 작가에게 돌아가지만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예상외로 국공립미술관 예산 사용에 상당 금액이 쓰이는 부분은 전시장 운영용역, 즉 전시장에서 작품을 관리하고 관람객을 안내해 주는 요원의 인건비이다.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그 이후의 운영과 유지보수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전시와 기관, 예산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기획자로서 전시예산을 사용할 때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작가와 기획자 스스로가 원하는 부분을 분명히 알지만 예산 때문에 안되는 이유만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유의미한 전시를 생각하는 전시기획자와 짜인 예산 안에서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하기 위한 행정가 사이를 수만 번 오가며 또 하나의 전시를 만들어간다.

이혜원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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