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고리즘에서 배우는 세상살이
* 스승-제자 학습 알고리즘: Teacher-Student 학습 알고리즘, Knowledge Distillation
AI 알고리즘은 인간의 인식 및 추론 과정을 모방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인간의 오감과 종합적인 사고 과정을 관찰하고 이를 구현하며,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온 것입니다. 필자는 AI 알고리즘을 공부하면서 오히려 인간의 본성과 사고방식을 되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I 알고리즘의 원리가 우리의 삶과 문제 해결 방식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바둑계의 전설적인 기사들이자 사제 지간으로 유명한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제 간의 거듭된 우승 대결에서 오는 미묘한 긴장감과, 겉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복잡한 심정을 배우들이 미세한 표정과 행동으로 섬세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둑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간관계의 심리전이 더 부각되어 바둑 자체는 배경처럼 느껴졌습니다. 제자는 타고난 천재성과 전설적인 스승과의 만남이 더해지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훗날 있을 이창호 기사의 전설적인 상하이 대첩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풍부한 기보 데이터를 학습해 단기간에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만 해도, 바둑에 대한 기본 정보나 종이 기보조차 구하기 어려운 시대였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성장에 있어 절대적인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인간 승부를 넘어, 지식을 전수받아 성장하는 과정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점은 AI 학습 방식과도 놀랍게 닮아 있습니다.
AI 학습에서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Teacher-student 학습법, 혹은 지식 증류화(Knowledge Distillation) 기법입니다. 이는 노벨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튼 교수가 제안한 알고리즘입니다. AI 학습은 기본적으로 수많은 파라미터(parameter)의 최적 가중치(weight) 값을 찾는 과정입니다. 임의로 부여된 초기값에서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최적의 값에 점점 가까워집니다. 그런데 이미 잘 학습된 고품질의 스승 모델이 존재한다면, 제자 모델은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며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스승 모델은 단순한 정답뿐 아니라 후보 답안들의 연관성 등 풍부한 정보를 제자에게 전달합니다.
이 기법은 특히 작은 크기의 제자 모델을 만드는 데 실용적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모델을 학습할 때, 서버의 대형 스승 모델로부터 증류해 생성합니다. 이를 통해 최소한의 정확도 손실로, 크기와 속도가 10분의 1 수준으로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작은 모델은 빠른 응답 속도가 필요한 서비스나, AI 운영 비용을 줄이려는 경우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물론 제자 모델은 일반적으로 정확도 면에서 스승보다 약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가 아닌 복수의 스승 모델로부터 지식을 학습하는 방법을 적용하면, 청출어람(靑出於藍) — 스승을 능가하는 모델 — 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Teacher-student 알고리즘은 현실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먼저, 우리는 모든 문제를 처음부터 스스로 시행착오하며 풀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검증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스승'을 찾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실수 사례를 학습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복잡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혼자만의 노력으로 모든 시행착오를 겪거나 매뉴얼에 의존하기보다는 해당 분야에 경험이 많은 선배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고 실질적인 조언(예: 프로젝트 우선순위 설정, 숨겨진 리스크 포인트)을 얻는다면, 몇 달 걸릴 문제를 몇 주 안에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알고리즘이 복잡한 모델에서 꼭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해 작은 모델에 전이하듯, 현실에서도 모든 정보를 다 알고자 욕심내기보다는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지식이나 문제 해결 패턴을 집중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Teacher-student 학습이 하나의 스승이 아닌 복수의 스승을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리듯, 현실에서도 다양한 멘토를 활용하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한 사람의 조언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팀장에게는 전략적 사고를, 동료에게는 빠른 실무 스킬을, 외부 네트워크에서는 최신 트렌드를 배우는 식으로 여러 소스를 조합하는 것이 성장의 속도를 높입니다. 다양한 관점을 융합해 자신만의 문제 해결 방식을 구축할 때, 기존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Teacher-student 알고리즘은 인간 학습과 성장에서도 '효율적 흡수'와 '전략적 융합'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