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고리즘에서 배우는 세상살이
AI 알고리즘은 인간을 모방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인간의 오감에 의한 인식 및 종합적인 추론 과정 등을 관찰하여 이를 구현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필자는 AI 알고리즘을 공부할 때면 오히려 인간의 본성이나 행동을 그 속에서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알고리즘의 원리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디테일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카페를 방문할 때,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요소들까지 꼼꼼하게 짜인 모습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필자가 구매했던 기생충 스토리보드 책은, 일명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구상하며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를 모아 출간한 것입니다. 그는 소름 끼칠 정도로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 영화에 담았고, 이에 보답하듯 관객들은 숨겨진 디테일을 발견하는 데서 희열을 느낍니다.
요즘 유행하는 테마 카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적인 콘셉트뿐만 아니라 작은 소품까지 세심하게 구성하여 방문객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만든 제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편리함이나 그의 프레젠테이션 준비 과정에서도 디테일과 그에 따른 완성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된 딥러닝 초창기 시절, AI가 개와 고양이를 인식하는 능력이 인간을 뛰어넘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알고리즘은 컨볼루션 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었습니다. 컨볼루션 신경망의 핵심은 인간이나 동물의 시각적 인식을 모방했는데, 전체 장면이 아니라 지역적인 특징에 집중해서 인식을 수행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 배경보다는 고양이의 귀나 코의 모양 등의 핵심 특징을 학습한 후, 새로운 사진을 보면 빠르게 학습된 특징을 포착하여 판단하는 방식이었죠.
반면, 2022년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알고리즘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입니다. 컨볼루션 신경망이 특정 부분(로컬 피처)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트랜스포머는 전체 장면의 모든 요소와 그 관계를 분석합니다. 즉, 사물을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사소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학습함으로써 새로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학습 데이터와 연산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AI 분야의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으로의 발전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일이나 제품의 완성도는 기본적인 소재나 구조 뿐만 아니라 세밀한 마무리 과정에서 결정됩니다. 언뜻 보기에는 훌륭해 보이는 전략이나 정책도, 요즘같이 복잡한 시대에서는 디테일이 빠지면 공허하고 뻔한 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에서도 우리는 외관의 세심한 마감 처리나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스러운 UX(사용자 경험)에서 가치를 느낍니다.
사회적으로도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지만,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 소수의 의견에도 집중하고 이를 세심하게 포괄하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