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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비 코브라의 숨겨진 진실

자동차 이야기

by 자칼 황욱익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차종을 꼽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차가 코브라라. 유럽에서 레이스를 경험하고 르망에서 우승한 캐럴 쉘비가 구상한 쉘비 코브라는 생각보다 역사가 길고 매우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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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차는 유럽의 가벼운 섀시에 미국산 머슬카용 V8 엔진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새시는 영국의 AC카즈에서 만든 로드스터인 에이스에서 가져왔고 여기에 포드의 대표적인 V8 엔진인 289 엔진과 427 엔진을 올려 무시무시한 성능을 냈다. 그러다 AC 카즈도 파산하고 쉘비 역시 도산에 가까워지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데 무엇보다 미국에서 생각보다 차가 안 팔려 쉘비는 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 스토리는 영화 포드 앤 페라리에도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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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요렇게 생긴 차를 편의상 코브라라고 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품과 레플리카의 가치는 어머어마하게 크며, 쉘비가 유야무야 하는 동안 코브라, 쉘비, 쉘비 코브라 등등은 여기저기 주인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된다. 다행히 1980년대 초반 포드가 코브라에 대한 모든 상표권을 사 들이고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일단락되는데 포드는 머스탱의 최고 버전에 코브라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포드 퍼포먼스에서 튜닝한 엔진에도 코브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이 차를 처음 구상하고 제작한 쉘비 역시 1980년대 이후에는 코브라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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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치가 높은 알루미늄 보디쉘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데 오리지널 쉘비 코브라는 20억에서 30억 정도에 거래된다.

포드가 코브라에 대한 상표권과 모든 권리를 확보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쉘비도 한 번 도산했고, 여전히 427 엔진은 계속 생산됐지만 코브라는 계속 떠도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때 만들어진 레플리카가 현재 국내에서 오리지널로 둔갑한 차들이다. 당시 코브라 섀시를 만드는 회사가 전 세계에 100개 넘었다고 하니 키트카 수준으로 전락했는데, 코브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양이 비슷하다고 진품과 레플리카를 구분하지 않고 통칭 코브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혼란한(?) 시기에 나타난 회사가 미국의 슈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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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포먼스는 남아프리카 공장에서 AC의 설계 도안 그대로 섀시를 만들었고, 외판의 재질도 알루미늄, 스틸, FRP 등 다양한 소재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엔진은 포드에서 생산한 427과 289 엔진을 사용했으며, 쉘비에서 튜닝한 350마력 사양부터 650마력까지 다양한 버전을 선보였다.

그러나 슈퍼포먼스 역시 상표권 문제로 쉘비 코브라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슈퍼포먼스는 CSX 시리얼과 슈퍼포먼스 Mk. 시리즈로 그 명맥을 잇기 시작했다. 슈퍼포먼스가 나름 시장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우후죽순이었던 레플리카 제조 업체들은 하나 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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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과 레플리카의 명확한 구분도 이때 생긴다. 우선 1960년대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AC 섀시에 쉘비가 튜닝한 427 엔진이 달린 모델은 그 가치가 최소 20억~30억에 이른다. 생산 대수도 많지 않아 컬렉터들이 늘 탐 내는 모델인데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그다음은 슈퍼포먼스에서 제작한 CSX 시리얼이 있는 모델이다. CSX 시리얼은 진품이냐 레플리카냐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슈퍼포먼스에서 제작하는 차 중에도 CSX 시리얼을 가진 차는 흔하지 않다. 슈퍼포먼스의 CSX 시리얼은 컨티뉴 에디션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대부분 2000년대 이후 생산된 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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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증서가 있어야 제대로 된 값어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쉘비 아메리카 혹은 AC에서 제작한 섀시에 쉘비가 튜닝한 427 엔진이 있어야 하고 수동 변속기에 CSX 시리얼이 있어야 진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CSX 시리얼인데 시리얼이 있냐 없느냐에 따라 키트카 수준의 레플리카냐 혹은 정상적으로 인증된 차냐로 나눠진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국내에서 쉘비 코브라 혹은 코브라라고 해서 본 차들(4대) 중에 CSX 시리얼이 있는 차는 한 대도 없었으며, 대부분은 지금은 없어진 레플리카 제작 업체에서 제작한 키트카 수준의 차들이었다. 그런 차들을 인터넷 여기저기에 버젓이 오리지널이라고 소개하는 사례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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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부터 슈퍼포먼스에서 제작하는 차들 중에도 코브라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차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엔진은 그렇다고 해도 자동변속기도 선택이 가능한 옵션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지난번 자칼투어 도코오토살롱 때 방문한 슈퍼포먼스 일본 딜러인 버즈갤러리에서 그 의문이 너무나도 쉽게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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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슈퍼포먼스에서는 두 가진 엔진을 사용 중이다.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포드 코요테 엔진과 자동변속기가 아예 없는 포드 427 코브라 엔진이다. 쉘비에서 튜닝한 엔진이 아닌 포드 퍼포먼스에서 튜닝한 427 엔진의 이름이 코브라다. 물론 쉘비 코브라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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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코브라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차 중에 하나다. 섀시 제작사도 많았는데 쉘비 아메리카와 슈퍼포먼스를 제외하고는 모양만 비슷하게 흉내 낸 킷트카로 보는 게 맞는데 단순히 모양만 비슷하다고 해서 진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엔진도 계속 논란 중인데 427 엔진은 쉐보레의 스몰블록 엔진처럼 구하기도 쉽고 다양한 튜닝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엔진에 코브라 마크가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한데 쉘비에서 튜닝한 엔진은 더 이상 코브라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고 포드 퍼포먼스에서 제작한 엔진만 코브라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코브라 마크는 쉘비 아메리카의 로고이며, 포드의 코브라 엔진은 별도의 엠블럼을 사용한다.


옵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427 엔진 혹은 코요테 엔진에 냉각킷이나 인테리어를 선택할 수 있는 슈퍼포먼스 레플리카의 경우 1억 3천부터 시작한다. 완전 오리지널 사양을 재현한 레플리카도 만들 수 있고 주문자의 편의 대로 만든 레플리카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CSX 시리얼을 가진 차들이 드물어 그 가치가 가장 높은데 이건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반면 레플리카 중에서도 유일하게 클래식카 경매에 나올 수 있으며 가치를 인정받는 슈퍼포먼스 제작의 레플리카도 그 가치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여전히 논란이 많긴 하지만 코브라를 구분할 때는 몇 가지만 확인하면 그 차의 값어치를 대강은 알 수 있다.

섀시 제조사가 어디냐?

엔진은 쉘비나 포드 퍼포먼스의 427이나 289냐?(요 두 엔진은 자동변속기가 없으며, 자동변속기 모델은 최근 엔진인 포드 코요테 엔진)

CSX 시리얼은 있느냐?

이런 부분이 그 차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모양만 같으면 됐지 오리지널이든 레플리카든 뭐가 중요하냐?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클래식카에서 오리지널과 레플리카는 그 값어치나 인식 자체가 매우 다르다. 여기에 해외에서는 박물관이나 공식적인 전시장에서 레플리카를 전시하면서 레플리카라고 표기를 하지 않는 건 거의 범죄로 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슷하게 생겼는데 굳이 오리지널과 레플리카를 왜 나누는지도 이해가 갈 것이다. 국내와는 인식이 많이 다른데 미술품으로 생각하시면 보다 이해가 빠를 것이다.


덧붙여 쉘비 아메리카에 설립 초기에는 한국인 디자이너가 근무했었다. 전명준 씨(2013년 작고)가 그 주인공인데 쉘비 코브라 하면 딱 떠오르는 코브라 로고의 리디자인, 쉘비 머스탱 GT350, GT500의 측후면 디자인을 담당했었다.

전명준 씨는 한국인 최초의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미국 아트센터 출신이기도 하며 이후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만들 때 여러 가지 자문을 했는데 현대자동차와 관계가 좋지는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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