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오래된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타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아직은 국내에서 생소하지만 전 세계에서 클래식카를 즐기는 사람들은 나름의 의미를 말할 때가 많다. 오래된 과거의 것을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클래식카에는 시간을 뛰어넘는 시대의 감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불편하고 번거롭고 심지어는 에어컨이나 자율주행도 없는 기계에 대한 애착은 자칫 여유 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비칠 수 있지만 관련 산업 시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순하게 지나칠 수 없다.
오래된 기계를 되살리는 과정
클래식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누군가는 투자로써의 가치를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시대상의 재현, 과거에 대한 향수, 이런 시절의 추억 등을 얘기하곤 한다. 물론 요즘 자동차와 비교하면 기술적으로 뒤져 있고 여러 가지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상태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오래된 자동차는 요즘 차들과 컨디션이나 여러 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클래식카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불편함은 당연하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낭만과 향수로 치환하는 것도 클래식카를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다.
클래식카 시장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심지어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만 해도 관련 산업도 매우 탄탄하다. 비용이라는 부분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클래식카 애호가들은 그런 부분까지도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클래식카만 수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는 고철에 불과하고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과연 클래식카로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클래식카에서 복원이 중요하다. 단순히 오래된 차를 움직이도록 만드는 과정을 복원(리스토어)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큼 원래상태(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복원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고 있다.
중고차를 구입해도 차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점검하거나 정비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클래식카도 마찬가지다. 같은 연식, 같은 모델, 같은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다 해도 ‘상태’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상태가 좋을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애호가들은 섀시와(차대) 엔진만 있는 차를 고집하기도 한다. 또한 너무 오래된 차들은 당연히 그 상태를 장담하기 힘들다. 그래서 클래식카 분야에 복원 과정을 필수로 여긴다. 이들이 말하는 복원은 단순히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우선 차에 대한 학습(?)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오래된 자료들을 구하거나 관련 매뉴얼과 부품, 정비 매뉴얼 등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부 차종은 이런 자료조차가 구하기 힘들기도 하고 흑백 사진 자료뿐인 경우도 있다.
가치를 위해 복원을 선택했다면 차가 출시했을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당연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직접 부품을 제작하거나 비슷한 부품을 가공해 사용하기도 한다. 자동차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이런 과정 자체가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며,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클래식카 분야에서 복원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고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클래식카 복원이나 유지 보수는 자동차 메이커에서 직접 담당하는 경우도 꽤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과 미국 두 군데의 공식 클래식 센터를 운영 중인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포르쉐와 재규어도 클래식 모델만 집중 관리하는 전문 센터나 부서를 운영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어바인 클래식 센터는 2006년 문을 열었다. 단종 이후 20년 이상 된 차들을 관리하는 이곳은 연간 5만 대 정도의 클래식 벤츠가 이용한다고 한다. 완전 복원(풀 리스토어)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년, 작업시간만 약 2,400시간 정도라고 하니 요즘 차들을 정비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다.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보통 자동차 정비는 기능적인 부분이 주가 되면서 어떤 부품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기능상의 문제가 없다면 OEM 부품, 대체품, 애프터마켓 부품 등 어떤 것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지만 제대로 된 클래식카의 복원이나 정비에서는 철저하게 출시 당시에 나왔던 부품을 고집한다. 패션 사업가로 유명한 랄프 로렌의 부가티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약 450억) 유명해진 이유 중의 하나는 철저하게 1930년대의 부품을 사용하거나 당시 제작 방식으로 만든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클래식카 문화와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지역이라면 반드시 자동차 메이커에서 운영하는 클래식카 전문 센터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업체들이 있다. 이들은 소규모 공방부터 시작해 특정 차종만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 도색이나 보디 작업, 전기 전장, 엔진 등 각자의 전문 분야를 다루는 곳도 많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클래식카 전문 단지 클라식 슈타트 안에 있는 올드타이머스토페이다. 이곳은 클래식카에 사용하는 시트와 가죽 제품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곳인데 연식과 차종을 알려주면 출시 당시에 사용했던 가죽을 구해 작업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클래식카 복원은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예전 차들이 기본 구성만 놓고 보면 요즘 차들에 비해 훨씬 간단하지만 보디 작업이나 판금, 도색, 엔진, 디테일링(광택 및 클리닝, 세차) 작업은 작업자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예전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려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공구를 사용하거나 작업 방식도 비효율적인 경우도 많다. 디테일링은 차체 표면의 성질을 알고 있어야 하며 클리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클래식카 복원은 자료와 시간, 노력의 싸움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반면 국내에서 복원 분야는 아직 생소하다. 오리지널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한 기능만 생각한 정비를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영업을 하는 업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클래식카에 대한 이해도, 의미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클래식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자동차가 처음 출시했을 때의 향수나 감성을 자극한다고는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