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생의 행복은 무엇일까? 나는 20대에 이 ‘행복’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집착했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능력을 키우고, 외모를 가꾸고, 마음을 다스렸다. 나는 필사적이었고 치열했고 바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원하던 회사로 이직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멋진 곳으로 여행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은 행복했다. 문제는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해있던 행복은 자신의 실수나 실패로 인해 쉽게 무너졌고, 언제나 특별한 일에서만 느꼈던 행복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행이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20대의 나는 외모, 성격, 능력 등등 수많은 콤플렉스와 자격지심으로 가득 찼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하지 못했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행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행복은 늘 저만큼 있었고, 행복한 순간은 짧았고, 내게 머무르는 행복이 금방이라도 달아날까봐 불안했다. 하지만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때, 그토록 바라던 런던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던 어느 날 깨달았다. 내 행복에는 너무나 조건이 많았다는 걸... 이제 나는 겨우 그 행복 강박증으로부터 벗어난 것 같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무엇을 하든, 조건 없이 행복해지기.”
인생은 늘 멋진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일만을 하며 살 수는 없다. 완벽한 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 매일 똑같은 집과 회사, 자꾸 대립하게 되는 상사, 갑자기 내던져진 일들 그 안에서 넘치는 행복감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매일 다른 집과 회사라면 계속되는 긴장감으로 더욱 피곤하지 않을까.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우리의 일상을 단단하게 지탱해준다.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면 행복은 어디에든 있다. 퇴근 후 술 한 잔 같이 마실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무엇이든 해내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일상은 격한 행복감이 아니라 잔잔한 감정들로 채워진다. 별일 없으면 감사한 하루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 행복 한 스푼을 더해줄 컬러가 있다면 조금 더 다채로운 하루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의 비결은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이다. 나의 마음과 잘 맞는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좋은 생각과 좋은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한다. 좋아하는 마음은 참 예쁜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왠지 몽글몽글한 핑크색 구름 같은 모양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무언가 좋아하는 마음은 행복감을 준다.
좋아하는 색도 행복을 느끼게 만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색이 있다면 마음껏 즐기는 것이 좋다. 분명 좋아하는 마음이 담긴 색은 당신에게 필요한 긍정의 에너지를 듬뿍 전해줄 것이다. 색채 심리 치료를 받지 않아도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거나 액세서리를 걸치고 소품을 지니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컬러는 그레이, 블랙&화이트 그리고 블루이다. 무엇보다 무채색을 좋아하는데 특히 블랙&화이트의 조합이 가지는 분명하고 또렷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화이트가 가지는 깨끗함과 여백 그리고 블랙이 지닌 무한한 포용력과 신비, 그리고 이 극과 극의 색이 만나면 완벽해진다. 블랙&화이트로 가득한 서재는 내게 명쾌한 사고와 무한한 영감을 준다.
다채로운 색상은 각기 다른 에너지를 준다. 레드는 활력과 용기를, 오렌지는 유쾌함과 재미를, 옐로는 긍정과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킨다. 그린은 균형감과 치유를, 블루는 차분함과 사고력을, 퍼플은 영감과 창의력을, 핑크는 위로와 공감을 느끼게 한다. 좋아하는 색은 기분에 따라 시기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좋아했던 색이 싫어지거나 무관심했던 색이 갑자기 마음을 자극할 수도 있다. 한가지 색만을 좋아할 수도 있고 알록달록한 색 모두를 좋아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아하는 만큼 곁에 두면 된다.
색에 대한 마음의 울림에 귀 기울인다면 일상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특정 컬러의 에너지가 과도해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그 때에는 보색 활용법을 균형감을 회복할 수 있다. 레드-그린의 보색 관계에서 레드의 강한 자기 주장은 그린의 중립적인 태도로, 그린의 서툰 자기 주장은 레드의 확실한 의사 표현으로 보완한다. 오렌지-블루와의 보색 관계에서는 오렌지가 가진 경솔함과 허영심은 블루가 가진 진중함과 신중함으로, 블루가 가진 우울감과 외로움은 오렌지가 가진 유쾌함 사교성으로 해결한다. 옐로-퍼플의 보색 관계에서는 옐로의 예민한 신경은 퍼플의 명상과 사색으로, 퍼플이 가진 현실 도피 심리는 옐로의 현실 직시 태도로 채울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해서 쉽게 가까워지는 마음과 나와 달라서 매력을 느끼게 되는 마음, 종류는 다르지만 둘 다 좋아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싫어하는 마음은 나와 달라서 대립하게 되는 마음이다. 문제는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모두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능하다면 싫어하는 사람과 관계를 정리하거나 조금 거리를 두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상대가 함께 일을 해야하는 직장 동료, 사업 파트너 혹은 가족이라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세상에는 정말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다름은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변화와 새로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다채로움 속에서 다름을 긍정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평화롭고 발전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컬러 컨설턴트 이즈미 도모코의 책 『빨간색 하이힐을 신는 그 여자 초록색 넥타이를 매는 그 남자 』를 보면 상대의 성격과 성향에서 느껴지는 컬러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추진력이 강하고 호불호가 분명한 레드 타입에게는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오렌지 타입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력을 인정해준다.
밝고 친근한 옐로 타입에게는 지나치게 무겁고 심각한 태도로 접근하지 않는다.
타협적이고 협조적인 그린 타입에게는 온화하고 안정된 관계를 유지한다.
자유롭지만 내성적인 블루 타입에게는 가르치려 하거나 구속하려 하지 않는다.
높은 미의식과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퍼플 타입에게는 독특한 개성과 감성을 이해해준다.
섬세하고 여린 감성을 지닌 핑크 타입에게는 관심과 애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다.
반드시 컬러별로 구분하지 않아도 상대가 가진 성향에 따라 대응하는 법을 익히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혹은 상대에 따라 때론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우리가 가진 다양성을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이해하고 타협한다면 세상은 다채로움으로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은 함께 할 때 배가 된다. 좋아하는 컬러도 함께 한다면 더 큰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각자의 색으로 빛나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세상은 더 크고 놀라운 행복을 선사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