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축하합니다.

연재를 마치며

by 어엿봄

+ 평화

지난 사십일의 여정에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안녕하세요? 어엿봄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 평안한 부활대축일 오후, 연재를 마치는 글을 올립니다. 대희년을 맞이해 이번 부활을 좀 더 특별하게 준비하고 싶었어요. 매일 빠지지 않고 말씀 묵상과 성찰을 이어가며 그것을 나누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치유와 화해의 길이 되길 소망했습니다. 작은 기대를 안고 시작한 순례의 여정이었습니다. 머리로만 하는 순례가 되지 않기를, 외로이 혼자 가는 순례가 되지 않기를 또한 소망했었는데, 저의 글을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독자 여러분들이 계셔서 함께하는 순례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 담아 꼭 부활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오늘 오전 10시 30분 성 베드로 광장의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에 다녀왔어요. 교황님께서 직접 주례를 하시진 못했지만 미사 후 발코니에 나오셔서 저희를 강복해 주셨고, 광장 한 바퀴 돌며 순례객들에게 인사하셨습니다. 아직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셔서 쉰 목소리로 겨우 인사만 하시고 부활 인사는 다른 분이 대독 하셨는데요. 괜히 마음이 안쓰럽더라고요. 이제 연로하셔서 점점 쇠약해지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는 분이심을 알기에 파파모빌레(교황님 전용 오픈카)를 타고 지나가시며 중간중간 차를 세워 아이들을 축복해 주시는 모습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부활하신 주님과 그분 덕택에 새 생명을 얻은 우리들의 기쁨이 교회 안에서 더 풍요로워짐을 느꼈고요. 또 부활하신 주님에게서 찾은 희망이 구체적인 정의와 평화의 열매를 맺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내 곁에 있지 않더라도 공동의 집을 살고 있는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가져야 할 관심이 결국 그들을 살리는 사랑이 된다는 것, 그들과 함께 이루는 평화라는 것 역시 중요함을 묵상했습니다.

말은 들어져야 하고 글은 읽어져야 하겠지요. 그렇게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또 눈을 마주쳐 주어야 하겠지요. 서로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또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나아가는 세상이 되길 희망하는 대희년의 부활절입니다. 저는 이제 저의 일상에서 저의 부활을 살아내겠습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요.

멀리서 제 순례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주신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예수님의 부활을 그리고 여러분 모두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죽음의 세상에서 절망하지 말고 언제나 희망으로 나아가요. 우리 어둠에 머무르더라도 그 어둠이 곧 빛으로 이어지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해요.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쓰러뜨리는 무자비한 힘에서 단순하고 소박한 우리들의 작은 소망의 닻을 달고 구원됩시다. 오늘은 잠시 미풍이 불어옵니다. 바쁘게 내몰던 숨 가다듬으며 잠시 쉬어가야겠어요. 그렇게 구원의 여정은 부드럽고 또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이미 와 이루어졌습니다. 언제나 평안하시길 기도 올립니다.


2025년 4월 20일 주님 부활 대축일

가톨릭 교회의 심장 로마에서

어엿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