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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같은 시선 다른 마음

시선

by 작은불꽃

군 생활 28년 차!

지금까지 장병들을 바라볼 때 나의 시선은 업무관계였다.

주어진 일과시간에 부여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면 된다.

3번째 대대장을 하면서 늘 사랑의 마음으로 부대원들을 대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마음이었다.

지난주 아들이 이병으로 근무하는 부대에 부대개방행사가 있어 다녀왔다.

깨끗한 부대시설과 간부들의 친절한 안내가 정말 좋았다.

과거 침상형 생활관에 20~30명이 지내던 것이, 이제는 생활관에 5명이 생활한다.

넓은 공간과 개인침대, 차담회를 할 수 있는 탁자까지 비치되어 훌륭한 환경이다.


그런데 침대 아래에 놓은 아들의 전투화가 눈에 들어왔다.

군생활 3개월도 안된 이병의 전투화가 매우 지저분했다.

벌써 전투화가 저렇게 닳았나?

부대원 전투화를 볼 때와 아들의 전투화를 볼 때의 체감온도가 달랐다.

전투화를 사줘야겠구나 생각되었다.

다행히 상병 진급하면 추가 보급이 된다고 한다.


부대에서 진지공사를 하면서 여기저기 공사현장을 확인했다.

사낭에 모래와 흙을 넣고 초소를 보수하고, 새로 만들기도 했다.

더러워진 부대원들의 전투화를 볼 때마다 아들이 떠올랐다.

초소를 만든다고 벽돌을 깨고, 시멘트와 물을 섞어서 미장을 하는 모습에 고생한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여군 하사가 용사들과 함께 사낭을 나르고, 흙벽에 사낭을 쌓는다.

더러워진 전투복을 보면서 동갑내기 딸의 모습이 생각났다.

딸은 자기 방 청소도 안 하는데, 여군이 되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상대의 마음을 읽기가 어렵다.

같은 시선으로 보는 듯 하지만, 그 마음의 중심에는 다른 것이 자리하고 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에 따라서 상대방도 느끼는 사랑의 온도가 다르다.


사랑의 시선을 통해 체감온도가 조금 높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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