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은 인턴 (2)
아, 웃는 게 딱 내 스타일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안경 쓴 그 사람은 친절했다. 처음 보는 자리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반응도 잘해주더라. 나는 그날 밤에 룸메 언니와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슬쩍 물어보았다.
여자친구가 없다고 한다. 허허.
언니가 그 사람 포함해서 언니 친구와 밥 먹는 자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마침내 함께 저녁을 먹는 날이 되었고 내가 치장한 모습을 보고 언니가 평소와 너무 다른 거 아니냐며 웃었다. 민망했지만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잘 보이고 싶은데 어떡해.'
네 명이서 밥을 먹는 자리는 어색하지 않았다. 미국 와서 어떻냐는 얘기부터 각자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얘기를 나눴다. 비록 담배는 피고 술을 좋아할지라도 그 사람을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을 좋다고 느꼈으니 나의 감을 믿기로 했다.
뭐, 아무튼 식사 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는 카톡으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이게 설레는 기분인가 봐. 나는 크게 따지지 않고 내 마음을 올인했다.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던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내 마음을 다 보여주는 법 밖에 몰랐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그 사람과의 연애는 시작되었고 정말 행복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회사 일도 나쁘지 않았다. 여전히 내 업무랄 것이 명확하지는 않았어도 어떻게든 쓰임 받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더 배울 점은 없는지 열심히 물어보고 다녔으니까. 다른 팀의 책임님들도 열심히 하는 게 보기 좋다며 회식 자리에 많이 부르시기도 했다. 재미있게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함께 있는 동기들도 좋았고 챙겨주시는 책임님들도 좋았고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 언니들도 좋았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에서 계속 한국 생각이 났다. 여기 있는 게 좋으면서도 한국에 계신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매번 룸메언니와 우스갯소리로 얼른 한국 회사에 지원해서 합격하면 돌아가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고가 나오면 지원하기도 했고.
그런 마음에서 연애도 잘될 리 없었다. 그 사람은 미국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한국에 돌아간다면 무언가 성공적인 경험을 가지고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국이 좋지만 한국이 더 좋았던 사람으로서 계속 갈등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이것만은 아니었겠지만 그 사람은 나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도 그걸 느꼈지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문제를 직면하지 못하는 회피형 남자와의 연애는 미련을 가득 남긴 채로 끝났다.
성공적이지 못한 연애 때문일까? 아니면 내 마음가짐 때문일까?
당연히 내 마음가짐의 문제다. 미국에 있는 동안 내 발이 땅에 붙어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붕 떠있고, 이곳이 내가 정착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그때는.
항상 엄마가 그리웠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엄마바라기병. 어떻게 고쳐야 하나.
알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 나이 먹어서까지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