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내 엄마인 박여사는 세상을 떠났다.
나는 어릴 적 박여사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박여사는 종종 신경질 적이었고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회초리를 드는 일들이 잦았다.
나는 뒤늦게 아이를 키우고 그녀를 잃은 후에 그녀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맛이 있건 없건 매일 밥을 해주고, 지저분해진 교복을 손빨래하고 다림질을 하고 어지럽혀진 내 방을 정리해 주었다. 내가 배가 고플까 봐 늘 500ml 우유를 챙겨주었고 파리바게뜨에서 쵸코소라빵을 사서 늘 내 가방에 넣어주었다. 아침엔 학교에 늦을까 아침에 깨워서 늘 차를 태워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나는 종종 그녀의 행동은 엄마니깐 당연한 거다라고 생각했고 내 방에 들어오는 것을 간섭이라고 생각하고 내게 하는 말들은 잔소리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부정적인 기억들로 가득 차 박여사가 한번 초등학교 때 싸준 점심밥이 맨밥에 김장김치라는거에 창피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박여사의 무관심함이라 생각했었다. 박여사가 상처줬던 행동들을 오랜시간 기억했고 그녀를 미워할때도 있었다.
나는 지금 박여사가 하던것처럼 내 아이에게 내 귀중한 시간을 들여 매 끼니 밥을 차려주고 예쁜 옷을 사주고 손빨래를 하고 어지럽혀진 집을 치우느라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하루가 정신없이 가고 내 몸이 점점 더 삐그덕 거리면서 벅차올라 짜증이 나기도 한다. 아이한테는 최대한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들으니 감정조절도 힘이 들어 화를 낼때도 있고, 후회를 하다가 화를 어떻게 조절할수 있을지 검색을 해보기도 한다. 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나는 박여사는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했던 게 후회스럽다. 그녀가 해왔던 집안일들과 그녀의 시간들도 다 애정이었거늘 나는 왜 그 일들을 그렇게 가볍게 봤던 건지, 그걸 이렇게 뒤늦게서야 알게 된 건지 참으로 어리석다.
박여사는 내게 사람을 얄팍한 생각으로 함부로 미워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미움은 어리석음이고 나를 향한 애정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와 같다.
또다시 박여사의 얼굴과 목소리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미안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