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족(部族) 1 - 다름(difference)과 섞임(mixing)
야훼의 종 모세가 죽은 다음이었다. 야훼께서 눈의 아들이자 모세의 부관인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내 종 모세가 죽었다. 그러나 너는 이제 이 모든 백성을 거느리고 떠나 이 요르단강을 건너 내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는 땅으로 들어가거라. 너희 발바닥이 닿기만 하면 어디든지 그곳을 모세에게 약속한 대로 내가 너희에게 주리라. (여호수아 1: 1-3, 공동번역)
이제 모세 오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을 뒤로 하고 여호수아와 사사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사십 년 광야 시대를 접고 야훼 신이 탈출 무리들인 히브리족들에게 주마고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여호수아를 제외하고 모세를 비롯한 탈출 일 세대들은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시간이 흐른 것입니다.
성서는 카데스 땅에서 있었던 히브리족들의 야훼 하나님에 대한 불신 때문에 그리 되었다는 고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민수기 20장, 신명기 1장) 그리고 이제 여호수아를 대장으로 한 무리들이 여리고성을 시작으로 가나안을 정복하고 그 땅을 나누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성서 여호수아서 이야기입니다.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는 읽기에 좀 졸린 부분들이 있답니다. 그러나 여호수아에 이르면 흥미진진이랍니다. 마치 삼국지를 보는 것처럼 땅 따먹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삼국지 몇 번이나 읽어 보셨는지요? 대개의 경우가 그렇듯 제가 읽은 것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라는 소설책일 뿐 삼국지(三國志)라는 역사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본 적은 전혀 없답니다. 삼국지연의는 소설이니까 당연히 역사적으로 있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람들이 많이 나온답니다. 그런데 저만해도 역사책 삼국지는 한 번도 다 읽어 보지 못하고 삼국지연만 읽었던 고로, 제 머릿속에 실제 상황인 것처럼 남아있는 사실은 소설 속 이야기들인 셈입니다.
이제 우리들이 돌아가 보는 히브리 족의 가나안 땅 정복 이야기도 마찬가지랍니다.
실제적 사실과 고백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 일이란 실제적 사실과 고백이 반드시 똑같을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더더우기 신앙의 세계, 믿음의 세계에서는 실제적 사실과 고백의 차이를 따지는 일은 실로 무의미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히브리족의 가나안 땅 정착과 그들이 왕을 세워서 나라를 세우기까지의 모습을 돌아보는 여호수아와 사사기의 이야기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호수아서를 읽으면 마치 야훼 하나님의 약속처럼 여호수아를 앞장 세운 무리들이 거의 일거에 가나안을 점령하고 열 두 부족이 그 땅을 나누어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다시 들여다보면 매 순간순간, 매 장면마다 우리들이 한번 곱씹어야만 할 장치들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답니다.
바로 사실과 고백의 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고백을 통해 역사적 사실들을 야훼 하나님의 일하심으로 믿는 기록자들의 노력을 읽게 된답니다.
가나안 정복 이야기인 여호수아와 사사기를 통해 그 이전(광야 시대)과 그 이후(가나안 정착 시대)의 완벽한 다름 곧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히브리족에서 12지파 부족 공동체인 이스라엘로 이름이 바뀌고, 함께 누구나 똑같이 공짜로 나누던 밥상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밥상에도 서열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변화는 ‘섞임’입니다.
히브리족이 들어간 가나안에는 이미 그 땅을 차지하며 살았던 원주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야훼라는 신의 깃발 아래 뭉쳐서 침략(원주민의 관점으로 보자면)한 히브리족 보다 먼저 그 땅을 차지하며 살았던 그 땅의 본래 주인인 셈입니다. 가나안족, 모압족, 미디안족, 블레셋 등등 숱한 그 땅의 먼저 주인들이 도시국가나 부족국가 또는 왕권국가로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은 히브리족을 기다리며 “어서 오십시오”하고 반기는 아무도 없는 땅이 아니라 이미 살던 주인이 있는 땅이라는 말씀입니다.
히브리족이 그 땅에 있던 원주인들을 밀어내고 새 주인이 되는 과정에서 그들이 내세우는 정의는 “야훼 하나님과의 약속”이었습니다. 그 약속의 이름으로 여호수아를 대장으로 하는 히브리족은 가나안 도시와 성을 하나하나 점령해 나갔던 것이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 히브리족에서 이스라엘족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답니다. 바로 도피성을 기록한 저 위에 인용한 여호수아서 기록에서 그 단면을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온 이스라엘 백성과 그들 속에 들어와 몸 붙여 사는 사람이…”
야훼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을 점령해 나가는 무리들과 원래 그 땅 가나안에 살았거나 다른 지방에서 유입된 무리들이 섞인 새로운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여호수아와 사사기의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공동체가 바로 이스라엘 부족 동맹입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새로운 계약을 맺게 됩니다. 그 계약의 중심엔 역시 야훼 하나님이 있는 것이고요. 애굽으로부터 온 노예 무리인 히브리족과 본래 가나안 땅에 살았던 종족, 그리고 타지에서 흘러 들러 온 종족들이 야훼 이름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으며 이스라엘의 원형을 이루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공동체는 다시 약속으로 묶이기 시작합니다.
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