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폭우로 사람들은 허둥댄다.
처마 밑에 잠시 비를 피해 멈춰 선 사람,
손으로 빗줄기를 막으며 내달리는 사람,
우산을 팍! 하고 펼치며 빗속을 여유롭게 걷는 사람…
그 모습들이 왠지 인생을 닮았다.
우리는 찻잔 사이로 넘실대는 빗소리를 들으며
인생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사랑을 이야기했다.
말끝마다 스며드는 진심.
그녀는 줄곧
자신이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말했다.
누군가 보기엔 좋지 않은 결말일 수도 있었지만,
그녀와 그에게는
어쩌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몰랐다.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그 증거였다.
새로운 출발 앞에서,
축복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별이 끝이 아닌
안도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니까.
“나는 최선을 다했어. 그래서 미련은 없어.”
그녀가 조용히 내뱉은 한마디.
그 말엔
그녀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또 얼마나 힘겨웠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창밖엔 비바람이 몰아치다
이내 햇살이 들이쳤다.
마치 우리의 마음을 흉내 내듯,
하늘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가 결심한 듯 한 모양이었다.
그 풍경이 낯설게 느껴져
우리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자
나는 괜히 더 재잘댔다.
한시라도 그녀가 우울해질 틈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는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다.
더는 움츠리지 않고,
쿵! 하고 발자국 소리를 내며
세상을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다.
그 길 위에
따뜻한 빛과 평안이 가득하기를.
나는 조용히,
진심으로 그녀의 앞날을 축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