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난로 앞에서 배우는 삶

by 램프지니

살다 보면 마음을 나눈다는 일이 생각보다 더 복잡한 풍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슬픔을 털어놓으면 약점처럼 보일까 두려워지고, 기쁨을 나누면 누군가의 질투로 번질 때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늘 얇은 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모양을 바꾼다.


그래서일까, 나는 인간관계를 난로와의 거리로 이해하곤 한다. 겨울 새벽, 손끝이 시릴 때 난로는 분명 따뜻한 존재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열기는 곧 화상을 남기고, 너무 멀리 서 있으면 온기가 닿지 않는다. 이 간단한 진리가 삶 속의 많은 관계를 설명해 준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털어놓을 때, 사실 상대의 반응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지 않을 안전한 공간’을 원한다. 하지만 서로의 온기를 지나치게 탐하면 부담이 생기고, 마음의 거리를 멋대로 줄이면 상대는 자신을 잃어버린 듯 불편해진다. 반대로 거리를 너무 벌려두면 따뜻함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관계로 말라간다.


그러니 적당한 거리란, 서로가 다 타버리지도 얼어붙지도 않도록 지켜주는 온도의 공간이다. 쉽게 다가서지도, 무심히 멀어지지도 않는 지점.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슬픔을 조심스럽게 덜어주고, 행복을 과장 없이 나눌 수 있다. 지나친 기대 없이, 과도한 감정의 세금도 없이.


어쩌면 성숙한 관계란 누구에게 깊이 기대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중심을 지킨 채 나란히 서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따뜻함을 줄 수 있을 만큼은 가까이, 그러나 서로를 태워버리지 않을 만큼은 멀리. 인간관계의 지혜는 그 미묘한 사이를 잴 줄 아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너무 가까이 붙어 뜨거워지지 않고, 너무 멀어져 싸늘해지지도 않는 거리에서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는지. 누구에게도 화상을 남기지 않고, 누구의 온기에도 무심하지 않은 그런 관계를 만들고 있는지.


인간관계는 결국 난로 앞에 선 한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서로를 살리는 온도를 지키며, 적당한 거리에서 오래도록 따뜻하게 머무는 것. 그 정도면 인생의 겨울을 견디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