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 금 일기
잡지 만드는 일에 막혀 힘들었다. 고민을 말했더니 돌아온 질문.
왜 만드는 거야?
주체성이 어쩌고 저쩌고 내 자아가 어쩌고 나 자신에 대한 수용감이 저쩌고 해도 상대는 의문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게 나 왜 만들지?
처음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만들다 보니 왜 만들지 계속 의문의 꼬리표가 붙었다.
나 취준 하는 게 싫어서 회피하는 건 아닐까?
진짜 포트폴리오 만드는 게 어려워서 가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건 아닐까?
근데 그 가짜도 이제 만들려니까 진짜가 되어서 압도되고 있나.
뭔가에 몰입하고 기획하면서 난 뭔갈 하고 있다는 기분에 빠지고 싶었던 건 아닐까?
욕심은 많고 노력은 안 하면서 담당자들이 날 뽑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정신승리하는 건 아닐까.
누릴 건 누리고 책임은 지고 싶지가 않나. 분수를 모르고 급하질 않으니 노는 건가.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걸 들킬까 봐 1인분도 못하는 놈으로 판명 날까 봐 무섭나.
유튜브 속 다양한 현인들의 말을 찾았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속상했는데 불안은 가라앉았다. 뭐지
본업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힘들었던 건 자기 검열이었다.
잘 만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맘에 들지 않아 진도가 안 나갔다.
그러다가 한참 지나서 다시 보면 썩 나쁘지 않다. 그러다 몰입해서 만들기 시작하면 끝을 못 맺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공통적으로 해준 말은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자유로운 형식인데 표현방식만 자유로울뿐 보는 사람과 평가라는 틀과 목적이 분명하니 자유롭지 않다고 느꼈다.
의욕을 내서 막 하다가 어느 순간 회피하다 보니 완성을 못했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할려니까 그렇다.
내가 내 상태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니 난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 거야라며 망상만 빠지고
이 회사랑 나랑 안 맞아. 들어갔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고통은 겪지 않고 원하는 것만 얻으려는 것처럼 굴었다.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는 겁 많은 아기였다.
그럼 어쩌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임을 인정하자.
조직생활이라는 것은 누군가 돈을 준다는 것은 틀과 평가가 확실한 일임을 인정하자
환상 속의 회사를 찾지 말고. 경험하고 결정하자.
너무 잘하고 싶어서 좋은 길을 찾고 싶어서 나한테 꼭 맞는 직장을 찾고 싶어서 노력하지 말자.
죽었다 깨어나도 들어가기 전엔 알 수가 없다.
아무 데나 들어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러다가 월세도 못 내겠다.
생존이 해결이 되어야 그다음 자아다.
결론은
1. 잡지 만들기에만 빠져있지 말고 멈췄던 본업 포트폴리오도 다시 만들자.
2. 배울 동료가 있다는 한 가지 좋은 점만 발견된다면 급여나 규모 산업은 조금 제쳐두고 들어가자.
3. 돈을 벌자.
4. 그래도 난 잡지를 만들고 싶다. 자기 수용감의 수단으로써. 시선을 내부로 두자고 해두고 왜 또 외부에 매몰되어 있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