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선 Apr 03. 2024

자르고 오려 더미북을 만들고 있다

04/03 수 일기


문제는 잡지 목차 만들기 진도가 안 나간다는 점이다.

종이에 쓰거나 웹에 조직하는 걸로는 내 생각이 명료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내 주장이나 작업물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작업을 할 때는 목차 만들기에 공을 정말 많이 들인다.

첫째로는 일단 쓰고 그걸 다시 재편집하기에는 흐름이 맞지 않아 조잡해 보일 수 있어서고,

둘째로는 이게 느려 보이지만 오히려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아날로그는 아날로그 스타일로 만드는 게 더 밀도 있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접근법을 달리해보자.


알파문구로 향했다. 내 최애 모자를 닮은 색들을 찾아내고 종이를 골랐다.

잡지 레이아웃을 짜는데 도움을 줄 바인더속지와 포스트잇도 담았다.

그리고 혼자 오리고 붙이며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종이에 썼을 때는 내용을 수정하고 배치를 바꿀 수가 없다.

포스트잇은 3가지 장점이 있다.

1.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어서 수정이 용이하다.

2. 또 색을 맞춰 나열하면 같은 속성이라는 직관적인 느낌도 든다.

3. 하나의 박스라는 느낌이 들어 편집 디자인을 하는 데 밑바탕도 된다.


이 전까지 정리했던 키워드를 정리해서 목차를 완성했다.

(portfolio 철자도 틀렸다. 틀린 사진도 넣었다.)


밀도 있게 만들려는 내 고집과 방식 때문에 그간 마케터로서 포트폴리오도 만들지 못했었다.

내가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목차를 짜고 그 안을 채우는 일이 무서웠다. 어떻게 만들어야 잘 조직될까?


놀랍게도 내 자아에 대한 포트폴리오의 목차를 정하고 난 후

마케터 포트폴리오에도 진전이 있었다.

조금 의외였다. 자신감이 조금씩 붙었다.


포트폴리오를 두 가지로 나누는 것은 3가지 장점이 있다.

1. 각자의 자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구획한다.

2. “이거 잘 쓰고 있는 거 맞나?” ‘걱정과몰입’을 환기시킨다.

3. 서로 다른 목적과 결의 레퍼런스를 찾으며 유기적으로 활용한다.


왜 몇 년간 완성하지 못한 마케터 포트폴리오에도 진전이 있었을까?


어쩌면 지금껏 내가 해오던 다능인의 모습을 버리고

하나에만 몰두해서 목매는 것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보면서 나에게도 패턴이 있고 잘 맞는 방식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패턴 1 한 가지를 할 때보다는 두 가지나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할 때 더 잘한다.

패턴 2 레퍼런스 참고가 아니라 레퍼런스와 내 것의 비교가 될 때 압도 된다. 그럴 때는 나와 그 사람의 차이를 인식하고 나에 대한 기대를 조금 접는다.

패턴 3 하루에 여러 일을 쪼개서 하는 것보다는 하루씩 할 일을 바꾸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 (월요일 일 1 화요일 일 2)

패턴 4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거나 쉬는 시간 없이 쭉 일을 할 때 머리가 각성되고 불안해서 잠을 잘 못 잔다.

패턴 5 집에도 집중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카페나 도서관처럼 닫는 시간이 정해진 곳이 좋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공간에서 기쁨을 느끼면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더미북을 만드는 일은 사실 내용도 없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일이라

어떤 사람에게는 주먹구구식이고 쓸데없어 보이는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책은 물성을 가진 현실의 것이기 때문에

물성이 가지는 볼륨을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자르고 오리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빈 공간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까?

배치해 보니 여기에는 넘어갈 때 이 내용이 있으면 매끄럽겠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임으로 한 번 해보고 또 좋은 점이 있으면 공유하려고 한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교수님의 한줄평 “너는 참 생생하게 살고 있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