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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 인도를 만나다

그 명성, 그대로

by 손영화

일관성 있는 인도인들.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마빡 중앙에 괴기스럽게 붉은 점을 찍고,

돌처럼 굳어 비장悲壯함 마저 감도는 얼굴에,

듣는 이의 영혼을 탈곡시키는 지옥의 멘트와 무례한 말투로

바늘처럼 꽂히는 독기 어린 시선을 날리며

예측을 불허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상식常識의 싹을 자르고 기본 매너를 뿌리째 뽑아주는 학원을 단체수강했는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





작업 전, 출석부에 서명하려 길게 늘어선 줄은 전방위로 들이치는 새치기로 순식간에 아사리판으로 변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빌려간 내 볼펜은 테이블 위에 무심히 던져지고 몰려든 거무튀튀한 손들에 공용품처럼 조리돌림 당하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한 번은 주문이 포장된 박스가 내가 옮기던 중인 수거 트롤리로 날아와 꽂히기도 했다.

남의 살을 취해야 생존하는 생지옥을 살듯 그들은 아쉬울 때마다 나를 포함한 타인의 노동력을 곶감처럼 빼먹었다. 무법천지 무질서한 인도의 일상은 그렇게 옮겨졌다.


류승범.jpg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일 줄 알아.'(영화 부당거래 중)

멘탈이 비스켓처럼 바스러진다.

‘빠사삭’

깨어진 멘탈 틈으로 불편함이 낳은 경멸이 스며들었다.

' 소인배들은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멀찍이 거리를 두자. 다가오면 튕기듯 피하자. 아예 투명인간 취급하자. 그래야, 내가 산다. '


나는 변했다.

매사에 선을 분명히 그었고

움직이다 동선이 부딪히면 방향을 틀었으며

어쩌다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한 무관심과 무반응에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니

싸늘한 침묵에 멀어져 갔고

덕분에 편해졌지만 옹졸하게 구는 내 꼴이 한심해

마음 한 구석은 편치 않았다.


중년의 자아성찰

그들이 보여준 납득못할 일련의 행동들은 저들의 문제지만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

감정에 휩쓸린 치졸한 대응은

어른답지 못한 내 자신의 문제였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에도 (Nothing is what it seems. )

'나무를 보되 숲을 논하지 말아야' 하건만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몇몇으로 14억 인도 인구 전체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어리석게도 또 저지르고 말았다. 섣부른 판단과 오해가 낭패로 이어진 과거의 몇몇 기억들이 고통스럽게 떠올랐다.



alpachino.jpg In the movie ' Recruit', Alpachino says " nothing is what it seems."



달리 보면,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갇혀 희망없이 고통의 삶을 사는 사람들 속에 '선善'을 가장해 들어가 그들을 속이고 이용하고 착취하고 사적 이익을 취하며, 심지어 파괴를 일삼는 '위선僞善'보다 차라리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그 속을 까발리는 저들이 더 솔직하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값도 못하는 난 변해야 한다.

그 문제를 성숙하게 해결하려면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내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것이 세례 요한이 설파했으나 '반성'으로 곡해된 '회개 (metanoia )'의 본질, 즉 진정한 의미는 변화요 거듭남이 아닐까. 운명이 이 곳으로 이끈 이유요 던져준 숙제다.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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