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인도여행, 여행자라면 의례 찾는 바라나시에 나도 며칠 스치듯 머문 적이 있었다.
여행자와 수많은 현지인들로 붐비는 화장터와 장례식이 있는 갠지스강 강가는 먼저 떠나버린 이들에 대한 여러 생각이 엉켜 그저 편하게 구경할 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이 오래된 도시의 사람들과 비포장 길 먼지가 뒤섞인 저잣거리를 목적지 없이 유유자적 돌며 구경하기 좋아했다.
길을 걷다 어디든 끌리는 짜이집이 나타나면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멈추었다. 오늘 몇 잔의 짜이를 마셨느냐는 중요하지가 않았다. 동네 사람들로 꽤 북적이는 걸 보니 이번엔 또 얼마만큼 맛있는 짜이일까 기대됐다.
나는 작은 미놀타 카메라를 들고 짜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숯불로 달군 화덕 위 큰 냄비에는 곱고 부드러운 황토빛 짜이가 보글보글 끓어 간다.
짜이왈라chaiwala*는 완성된 짜이를 큰 면보에 부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어 투박한 알루미늄 주전자에 담아 기다리는 이들 수만큼 모아놓은 잔에 쪼로록 연달아 능숙하게 채운다. 짜이 하면 흔히 떠오르는 유리컵 대신 이곳처럼 손잡이 달린 앙증맞은 도기잔을 쓰는 가게들도 더러 있다. 오늘 하루도 수혈하듯, 가던 길을 멈추고 짜이 한잔과 더불어 쉬어가는 사람들. 나도 그들만의 짜이브레이크chai break에 동참해본다.
사실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맛이 좋았다는 오래 간직해 온 희미한 감각 뿐, 어떤 스파이스 향이 났는지, 달았는지, 싱거웠는지, 떫었는지. 여행지에서 수없이 마신 짜이맛이 한데 뭉뚱그려져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유와 차, 향신료와 설탕 그리고 그 가게만의 유구한 노하우의 총체가 입안을 채울 때 번지는 질감이 기억난다. 거기에 이방인을 항상 흐뭇한 표정으로 맞아주던 짜이왈라의 얼굴도 함께. 그 웃음이 지치기 쉬운 여행길을 격려해준다.
내가 집으로 돌아와 짜이를 끓이며 닿아보고자 하는 것은 그 때의 그 질감과 환대일지도 모른다.
가장 아끼는 짜이 사진. 사진 속 맛이 이제서야 궁금해져온다.
*chaiwala 짜이왈라_ 짜이를 만드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