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교실 첫 수업 1.

퇴근 후, 웹툰학원

by 지훈

웹툰 아카데미, 웹툰학원을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대략 그런 것이었다.




나와 같이 웹툰에, 만화에 진심인 수강생들이 교실, 강의실에 가득 앉아 있다. 첫날이니 서로 데면데면하게 어색한 눈인사를 하면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가서 앉는다. 이렇게 처음, 첫날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들어가려 하면 언제나 마음은 긴장감으로 벅차오른다. 감동이 아니라 긴장이다. 쭈뼛거리면서 동태를 살피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조금 일찍 온 탓인지 내가 들어섰을 때는 그다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두세 명의, 아니 네다섯 명쯤 되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갈등에 휩싸인다. 뒤에 앉을 것일까, 중간에 앉을 것일까, 앞자리에 앉을 것일까를 선택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통상의 내 동료와, 내 친구들은 보면 보통 뒷자리부터 채워서 앉는다. 항상 앞자리가 가장 나중에 채워지거나 비워져 있다. 강사와 눈 마주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지루한 강의 도중 꾸벅 졸다가 깨어났을 때 강사와 눈 마주침 만큼 민망한 것도 없으려니와, 열변을 토하는 강사 바로 코 앞에서 손 안의 각종 전자기기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세계에 몰입하고 있는 모양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싶지도 않기 때문일 것 같다. 사람은 같은 무리의 동료나 친구, 선배가 먼저 어떤 행동을 하면 으레 그들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룰처럼 굳어진다. 다수가 뒷자리에 앉는 경향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어느 순간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뒷자리 앉아 버릇하다 보니 강의 내용이 귀에 안 들어오기 시작했고 강의가 끝난 후 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듣기 싫은데 억지로, 의무적으로 들어야 할 강의인 경우야 그렇다 치고라도, 나 스스로 들어봐야겠다고 한 것과 심지어 수강료까지 지불한 경우라면 그래서는 아니 될 일이었다. 아까운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마련한 나를 위한 자리인데 초집중해서 하나라도 더 알고 배워가야 할 것 같다. 나를 위해 투자한 시간을 엄벙덤벙 흘려보낼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앞자리 부근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맨 앞자리는 올케 부담스러운 감정이 밀려온다. 누군가 그 자리에 꼭 알맞은 분이 나 말고 따로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대략 앞에서 셋째 줄 정도에 대략 가방을 내려놓는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문득 생각나서 가방에서 주섬 주섬 노트와 펜을 꺼내놓는다. 그리고 휘 주변을 둘러본다. 띄엄띄엄 앉아있는 사람들, 나 이외의 수강생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진다. 도대체 평일 저녁 시간에 웹툰 학원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평일 낮에 시간이 안되니 저녁 시간을 들으러 오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대부분 직장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학생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강좌는 본격적으로 웹툰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지망생들 대상 수업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성인 대상 취미반이다.




나로부터 왼쪽 앞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는 회색 점퍼 차림에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약간 머리 정수리에 머리숱이 적어 보이는 남자... 왠지 직장인이 아니라 실직자 분위기가 짠하게 풍긴다. 그리고, 내 오른쪽 뒤편에는 30대일 것 같아 보이는 안경 쓴 여자가 자리에서 책상 위의 아이보리색 텀블러를 손으로 붙잡는 찰나에 나하고 눈이 마주친다. 그런데, 나를 잠깐 보더니 새침한 표정으로 쌩-- 고개를 돌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간다. 내 인상이 별로 소위 말하는 "밥맛"이었던 것 같다. 나는 마음에 상처를 갖는다. 뒤편에는 하루 종일 회사일에 시달렸는지, 피곤에 절은 듯 아예 두 팔을 접쳐 얼굴을 묻고 엎드려있는 남자도 보인다. 심지어 약간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텀블러를 든 안경 쓴 여자가 문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사이에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같은 회사에서 몰려온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각자 빈자리에 흩어져 앉는다. 시계는 이제 첫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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