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_앞으로 모임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5/6)

by 온명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4/6)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미 시작했다


원래는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을 글로 정리해서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게 목표였는데요. 역시나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라며 합리화를 해봅니다) 첫 모임을 6월 7일에 시작했으니, 모임 시작 전 발행한 글이라곤 첫 번째 글인 「1_독서모임을 만들어야겠다」 외엔 없더라고요. 그래도 어찌어찌 모임을 시작하고 천천히 내용을 정리하면서 모임 기획과 준비 과정, 모임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에 맞는 운영 방향 설정과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 대한 글을 쭉 써오고 있는데요, 모임 준비 단계에 대한 글이 8월에 다 가버린 지금서야 마무리가 될 줄은 몰랐어요.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7월 중에 모임 한 달 정도 진행한 후기와 함께 앞으로의 방향성과 이런저런 생각들을 쓰며 마무리하려 했었는데 말이죠. 세 달이나 훌쩍 지나게 될 줄이야… 게으르고 나약한 제 자신을 이렇게 또 마주하고야 맙니다. 그럼, 세 달간 모임을 진행하며 느낀 점과 간단한 후기, 그리고 앞으로의 모임 운영 방향성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세 달간의 후기


모임을 시작하고 한 달, 두 달 정도는 혼자서 책 읽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사람들이 방문하기 시작해서 나 홀로 독서 시간은 첫 주차를 제외하고 없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너무 순조롭게 사람들이 들어오다 보니, '뭐지? 왜 들어오지?' 하며 당황하며 '이렇게 순조롭다니 분명 엄청난 문제적 인물을 만날 거야'라고 생각하며 덜덜 떨었습니다. 막상 사람들을 만나고 보니 '제일 험상궂고 문제 있어 보이는 사람은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경계심은 좀 내려놓고 찾아온 사람들을 친절하게 맞이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사실 누가 모임에 들어오든 크게 상관이 없기도 했습니다. 저는 모임을 만든 가장 큰 동기부여 중 하나가 '스스로 책을 잘 보지 않아서' 였기 때문에, 같이 책을 보자는 일정을 만들고 모여서 독서를 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오든, 와서 어떻게 하든,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모임을 지속하는데 문제 될 게 없었습니다.


독서모임을 하면 자기소개를 정말 정말 많이 하게 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자기소개를 해야 하기에 모임을 열 때마다 자기소개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임장이라는 이유로 항상 처음으로 자기소개를 하게 되는 건 덤입니다. 제 자기소개에도 많은 변천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위에 말한 것처럼 '독서하는 시간을 내기 위해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렇게 독서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다 보니 직접 모임까지 만들게 되었다'라고 소개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자기소개를 다 듣고 나면 '아, 나만 스스로 책 읽는 시간을 내기 힘든 게 아니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저와 같은 이유로 책을 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독서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독서 모임을 계속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유대감을 쌓을 만한 계기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모임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형성'을 꼽고 있습니다. 앞서 발행한 글에서 저는 '자신이 바라보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고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동체, 서로 신뢰할 수 있고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한 공동체, 걱정과 불안 그리고 고독감에 빠진 개인에게 최소한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피곤한 이해타산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작은 선의와 존중이 보장된 공동체'를 꿈꾼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놀고 마시고 먹으며 쌓는 친밀감이 아니라,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경험으로 쌓이는 친밀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임을 시작하고 나니, 제가 기대하는 관계 맺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하는 중입니다. 빠르게 친해지지 못하고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들이 떠나갈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그냥 친한 사람들이 있는 모임이 되기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정체성 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자기 계발과 성장을 도모하는 개인을 생산적인 활동의 전제조건으로 삼았기 때문에, 좀 더디고 지루하더라도 책 읽는 활동과 독서 관련 활동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모으는 데 집중하는 기간을 갖고 싶어요.



독서 외 특별활동


독서 활동에 집중하는 기간을 갖겠다고 말했지만, 정규 독서 모임 외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워요. 독서뿐만 아니라, 뭔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활동까지 연결되길 바라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달의 할거리'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독서 외 다른 활동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가볍게 영화와 전시를 함께 보러 가는 활동부터, 지정독서 같은 심화 활동이나 글쓰기에 관련된 활동, 또는 야외 활동이나 책 나눔 및 교환을 할 수 있는 활동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생이 너무 바쁘고 일정이 너무 빡빡하고 함께 활동할 만한 제안을 찾지 못하면 생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반대로 여유가 생기면 한 달에 여러 차례의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있어요. 독서 외 활동을 함께 하며 더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취향을 개발하며 미지의 가능성을 찾는 시간을 갖는 게 목표입니다.

떠오르는 하고 싶은 독서 외 활동이 정말 많았습니다. 나중에 활동 기록을 돌아볼 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봤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모임을 진행하면서 더 다듬어 나가겠지만, 크게 1)심화 독서 활동 및 글쓰기 활동, 2)독서 외 다양한 문화생활, 3)모임원 간 교류할 수 있는 활동으로 나눠봤습니다.

첫 번째로 심화 독서 활동 및 글쓰기 활동을 함께하는 '쓸거리'는 지정독서, 서평 공모전, 글쓰기 모임 같이 독서 활동을 좀 더 심층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해보려고 해요. 기존 정규 독서 모임이 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가벼운 독서 활동이었다면, 쓸거리에서는 좀 더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글이라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활동으로 확장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정독서를 하더라도 감상을 글로 정리해 본다거나, 제시된 발제문에 해당하는 답변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글 쓰는 데 진심인 사람들을 모아서 글쓰기 클럽을 만드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요. 각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서로 영감과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으로 독서 외 다양한 문화생활을 함께 하는 '볼거리'는 영화와 전시, 그리고 팝업 같은 행사까지도 고려하고 있어요. 교양에서 유행까지 다 같이 보고 즐기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영화 보는 것에 재미를 붙인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들을 안 보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재밌는 영화를 보고 함께 씹고 뜯고 즐길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재미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취향을 개발하고 호오(好惡)를 알아가며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데, 다양한 문화생활과 축적되는 경험이 도움이 될 거예요. 아마도 영화나 전시 보러 가자는 제안을 가장 무난하고 편하게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모임원 간 교류할 수 있는 '놀거리'는 서울 근교에 가보고 싶었던 공간을 방문한다든지, 한강 피크닉 같은 야외 활동을 한다든지, 책 나눔 또는 교환하는 활동 등을 기획해 볼까 합니다. 그동안 모임에서 교류하고 싶었던 사람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거나, 일이나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함께 할만한 활동을 제안하려 해요. 제가 이런 활동을 잘하지 않는 편이지만, 종종 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사람들과 가볍게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려 해요. 다만 모임 구성원 간 교류에 있어 최소한의 신원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정규 독서 모임에 한 번이라도 나온 사람들에 한해서 참여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초면인 사람과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나 불편합니다. 친해지고 싶다는 최소한의 계기도 없이 다짜고짜 교류를 한다는 게 제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에요. 최소한 독서 모임에서 인사라도 나눠본 사람이라면, 제가 모임을 제안하는 사람으로서 걱정과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열해놓고 나니 엄청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를 하려는 것 같아 보여서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이 모든 활동을 혼자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을 빽빽이 채울 수도 없고 일정한 주기로 모임을 열기도 어려울 거라고 예상돼요. 지금은 제가 모든 모임 일정을 계획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그래서 제 취향을 기반으로 이뤄진 제안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취향을 충족할 수 있는 제안,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더 많은 모임을 열 수는 없는 걸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저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 자신의 취향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사람, 저와 같이 꾸준히 무언가를 기획하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 자신에게 딱 맞는 제안을 찾지 못해 자신이 직접 제안하고 싶은 사람, 그니까 저와 함께 모임을 운영할 운영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임 운영에 필요한 동료를 찾아볼까 해요.


(이야기가 길어져서, 운영진에 관한 이야기는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 기반 커뮤니티 만들기(6/6)'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