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건너편 아파트 집안이 잘 보일 때가 있다.
보려고 보는 게 아니라, 문득 시선이 머문 곳에 어렴풋이 보일 때 말이다.
자주 이런 생각을 했다.
‘저쪽은 잘 보이는데, 혹시 저쪽에서는 여긴 안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예전에 누군가 말했다.
“네가 잘 보이는 만큼, 그쪽에서도 똑같이 잘 보인다.”라고.
인간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나만 저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사람도 나를 비슷하게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은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내가 어떤 사람을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도 그걸 느낄까?
그게 궁금했다.
사실 나의 불편함은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거슬리는 게 아니라
내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다.
물론 누구나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특히, 내가 상대에게 호감이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강할수록
관계는 쉽게 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되뇌곤 한다.
“나는 이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는 게 아니다.
굳이 잘 보이려 애쓸 필요도 없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
내 안의 필터가 조금씩 사라진다.
가식 없이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
관계가 편안해지고 깊어진다.
내가 편해지면 상대도 편해진다.
잘 보이기보다
잘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용기,
그게 관계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