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천국과 지옥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을 무렵, 나는 ‘영원’이라는 말이 무서웠던 것 같다.
100년이라면 긴 세월조차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영원이라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그 지옥불에서 끝나지 않을 고통을 받는다는 상상은 무시무시했다.
그래서 천주교 신자이지만, 불교의 윤회 사상에 마음이 더 움직인다.
이생은 망해도 후생이라는 세컨드 찬스(?)가 또 주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무엇으로 태어날지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치명적 함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영원’이라는 말은 닫혀버린 결말이다.
그 단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게 만든다.
나치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공통적으로, 언젠가 풀려날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에 읽은 기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쥐를 한참 곤경에 빠뜨렸다가 기적적으로 살려주면, 그 다음번에는 버티는 시간이 놀라우리만치 길어진다는 것이다.
가끔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삶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태어났으니까,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소명의식으로 산다.
그런데 사실 내가 알고 싶었던 건
왜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내느냐였다.
힘이 나서 오늘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 말이다.
그리고 큰 범주에서 그 답은,
미래가 열려 있다는 믿음이 아닐까 싶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완전한 끝, 닫힌 결말이 아니라는 믿음 말이다.